가상화폐 긴급대책 “투기는 막고, 혁신은 키우겠다” 의지

입력 2017-12-14 08:16
정부는 13일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긴급 소집해 가상화폐 투기과열, 범죄행위 대응방안을 내놓았다. 한 남성이 서울 중구에 있는 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정부가 13일 다급하게 ‘가상화폐 긴급 대책’을 내놓은 것은 투기 광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비트코인 좀비’(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가격 추이만 들여다보는 투자자)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은 과열돼 있다.

가상화폐 가격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 가짜뉴스에도 널을 뛰고 있다. 지난달 26일 1000만원을 돌파한 비트코인 가격은 12일 만에 2000만원을 넘어섰다. 이후 이틀 만에 1000만원이나 빠지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정부는 거래를 전면 금지하지 않되, 투기·자금세탁·개인정보유출 등 부작용을 철저하게 차단할 방침이다. 특히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나 외국인 등 비거주자는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비트코인 플래티넘’의 개발자를 자처해 허위 글을 올려 시세차익을 챙긴 고등학생 A군(18)사건이 터진 파장을 감안한 조치다.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보유·매입 등을 금지한 것도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화폐 신규 투자가 일반투자자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게 하려는 일종의 방어막이다.

여기에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촘촘한 ‘규제 그물’을 씌운다. 가상통화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제를 만들 예정이다. 고객자산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확인, 암호키 분산보관, 가상통화 매도·매수 호가 및 주문량 공개 등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자금세탁방지 의무도 부과한다.

정부는 현재 4개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약관에 불공정 요소가 있는지도 심사 중이다. 향후 나머지 기상화폐 거래소의 약관도 조사할 방침이다.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거래소를 주기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관련법 위반사항이 나오면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규제안이 현실에 맞지 않아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기관과 청소년, 외국인에만 투자 제한을 두었고 가상통화를 이용한 범죄 예방·처벌에만 규제를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 외국인 제한 규제는 충분히 다른 사람의 계좌를 빌려 투자하는 우회로를 찾을 수 있다. 해외여행경비를 가장한 가상화폐 구매자금 반출을 방지하겠다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 송금을 통한 가상화폐 구입을 은행이 감시하라는 건데, 관련법에 따라 5만 달러까지는 증빙자료 없이 해외 송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져나갈 구멍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문제는 사설 가상화폐 거래소인데 책임은 투자자에게만 지운다”며 “정부의 인증을 받지 않은 거래소를 단속하고 제재해야 하는데 오늘 대책은 어정쩡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는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가상화폐 테마주’가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는 현상에도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가상통화 관련주 거래동향, 이상매매 여부를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