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한 골든글러브의 주인공들이 가려졌다.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투수 부문에서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돼 정규시즌·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이어 전무후무한 3관왕 금자탑을 쌓았다. 36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최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열었다.
가장 마지막에 시상된 투수 부문은 모두의 예상대로 양현종의 차지였다. 양현종은 올 정규시즌에서 1995년 이상훈(당시 LG 트윈스) 이후 22년 만에 토종 선발 20승에 성공했고, 올 시즌 KIA의 통합우승을 견인해 이미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상태였다. 골든글러브 수상으로 양현종은 정규시즌·한국시리즈 MVP,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차지한 사상 최초의 선수가 됐다.
수상 직후 양현종은 “이 자리까지 서게끔 많은 도움을 준 허영택 사장과 조계현 단장, 김기태 감독, 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며 “너무 잘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하늘에 있는 두환이와 이 영광을 함께하겠다”고 울먹이며 소감을 마쳤다. ‘두환이’는 양현종과 동갑내기인 야구선수인 이두환이다. 양현종과는 유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고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지명을 받았다. 2012년 암 투병 중 사망했다.
KIA는 이날 10개의 골든글러브 가운데 5개를 휩쓸었다. 외야수 부문에서 이적생 최형우와 로저 버나디나가 황금장갑을 차지했다. 2루수 부문에서는 안치홍이, 유격수 부문에서는 김선빈이 수상의 영광을 각각 안았다.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인 박용택(LG 트윈스)이 “요즘 시상식장을 보면 우리끼리 하는 말로 온통 KIA 판인 것 같다. 너무 부럽다”고 말한 농담이 과언이 아니었다. 개인 통산 4번째 수상이고 지명타자로서는 첫 수상이었지만, 그의 수상 소감은 “내년 시즌에는 LG트윈스 동생들이 더욱 많이 후보로 선정됐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1루수 골든글러브는 6년 만에 KBO 무대에 복귀한 이대호가 차지했다. 외야수 부문에선 올해 최다안타(193안타)의 주인공인 손아섭이 최형우, 버나디나와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포수 부문은 삼성 라이온즈에 새롭게 둥지를 튼 강민호가 차지했다. 개인 통산 5번째 수상이고 2013년 이후 4년 만이었다. 정든 롯데를 떠나 삼성으로 옮긴 강민호는 수상 소감 도중 울먹이며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는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롯데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팬 여러분께 받은 사랑을 야구를 못할 때까지 가슴에 새기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다득표의 영광은 올 시즌 46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3루수 부문의 최정(SK 와이번스)에게 돌아갔다. 최정은 총 357표 중 326표(득표율 91.3%)를 받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최정은 “먼저 이런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트레이 힐만 감독을 코칭스태프, 함께 뛰어 준 선수들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항상 응원해 주신 팬 분들께도 감사하고 옆에서 힘이 되어 주는 가족에게도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장 근소한 표차로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된 선수는 2루수 부문 안치홍이었다. 그는 총 357표 140표를 받았다. 박민우는 134표를 받아 첫 골든글러브 첫 수상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한편 구단별로는 롯데가 2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KIA의 뒤를 이었다. 삼성, LG, SK에서는 1명씩의 수상자가 나왔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 이후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던 두산 베어스는 올 시즌엔 단 1명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NC 다이노스, 한화 이글스, kt 위즈, 넥센 히어로즈도 빈 손으로 돌아갔다.
이상헌 이경원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