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으로 얘기하고요”… 대통령 발언까지 지시한 최순실

입력 2017-12-13 17:33
뉴시스

13일 최순실씨 공판에서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최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녹음파일에서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과 회의 일정까지 세세하게 지시했다.

이날 공개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2013년 말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이 일었을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떠나려 하자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당부의 말을 남겼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국 가시기 전에 대통령님이 기자회견이나 그런 식으로 얘기한 게 없었나”라며 “한 번 이렇게 부탁한다고 거론하고는 가셔야 할 것 같은데…”하고 전했다. 이어 “언제가 좋아요? 국무회의를 하든가…”라며 “당부의 말씀은 하고 가셔야지 그냥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아. 외국만 돌아다니시는 것 같아”고 지적했다.

이때 정 전 비서관은 “톤은 어떤 식으로…”라며 회의에서 내놓을 메시지의 방향을 물었고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발언 문구를 직접 불러줬다. 최씨는 “‘내가 요구했음에도 계속 이렇게 예산을 묶어둔 채 가는 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고 국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1년 동안 이렇게 가는 것이, 야당한테 이게 진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 한 번 하고요”라고 제안했다.

통화 내용에 따라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가기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야당이 예산안 처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는 취지로 모두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정호성은 각종 현안을 대통령 보고 전에 최씨에게 보고하고 최씨는 정호성에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대통령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 아이디어에 따라 국정 기조를 정했다는 건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당선시킨 유권자 모독에 가깝다”며 “최씨는 대통령의 숨은 조력자로, 대통령에 걸맞은 이야기나 조언을 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개인 의견을 개진했다고 국정농단이라는데, 다른 사람들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전 국정에 개입한 적 없고 개입하고 싶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검찰은 제가 국정농단을 했다는 전제에서 이야기하는데, 대통령도 자기 국정철학이 있다. (검찰이)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