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동병상련의 마음”… 中 난징대학살 80주년

입력 2017-12-13 15:12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소피텔호텔에서 열린 재중국한국인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은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중국 난징을 점령한 뒤 대학살극을 벌였다. 일본군은 ‘모두 죽이고 불태우고 빼앗는’ 이른바 ‘3광(光 작전)’을 벌여 난징을 인간 도살장으로 만들었다. 당시 난징 시민 70만명 가운데 30만명이 학살됐고, 강간 피해여성도 2~8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추산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공식 인정 및 사과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난징대학살 80주년인 13일 “저와 한국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며 “아픔을 간직한 많은 분들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소피텔호텔에서 열린 재중한국인 간담회에 참석해 “오늘은 난징대학살 80주년 추모일로 한국인은 중국인들이 겪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에 깊이 동질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중) 양국은 긴 역사를 함께해왔다”며 “두 나라는 제국주의에 의한 고난을 함께 겪었고, 항일투쟁도 벌이며 어려운 시기를 함께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간담회 장소로 향했다. 이날 재중한인 간담회에는 중국한국인회 회장단, 독립유공자 후손 등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450여명이 초청됐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방중의 첫 메시지로 ‘난징대학살’을 언급한 데는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시기에 함께 항일운동을 했던 역사적 경험을 부각해 중국과의 친밀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로 아직까지 일본과 대립하고 있듯, 중국 역시 난징대학살·위안부 등 역사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이번 난징대학살 80주년을 맞아 중국 내에서는 추모 열기와 반일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는 망명지에서 치열하게 항일독립운동을 펼친 독립유공자 후손들께서 자리를 빛내주고 계신다”며 친밀함을 부각했다. 그는 “중국 곳곳에는 우리 애국선열들의 혼과 숨결이 남아 있다”며 “만리타향에서도 역경에 굴하지 않았던 숭고한 애국심의 바탕에는 불의와 억압에 맞서는 인간의 위대함과 동지가 돼준 중국 인민들의 우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손 한분 한분의 가슴에는 그 어떤 훈장보다 빛나는 애국 애족의 정신과 한·중 우호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그동안 사드 여파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느냐”며 “저와 온 국민도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취임 직후부터 한·중 관계 복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지난 10월 말 우리의 진정성 있는 노력에 중국도 호응해 왔다”며 “한·중 양국은 모든 분야의 교류·협력을 정상 궤도로 회복해 나가자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0·31 한·중 협의를 언급하며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이번 국빈방문으로 양국의 신뢰가 회복되고 한·중 관계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양국 국민의 마음이 다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