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검토한다. 투기 과열, 악용 범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방침도 세웠다. 다만 예상됐던 ‘전면 금지’ 선언은 없었다. 과세 계획을 놓고 사실상 허용이 아니냐는 시장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3일 오후 2시 보도자료를 배포해 “가상통화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를 위해 민간전문가와 관계기관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세원파악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기로 했다”며 “주요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상통화 대한 과세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투기과열 분위기에 편승한 관련 범죄에 대해 단속과 처벌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며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가상통화 투자금 모집, 마약 거래 및 범죄수익 은닉 등 불법 행위를 엄정 단속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환치기’ 실태를 조사하는 한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나 해킹, 서버 다운 등 사설 거래소의 구조를 파악해 조치할 계획이다. 가상화폐 채굴업자의 산업단지 불법 입주, 전기요금 감면 사례를 단속할 계획도 세웠다.
다만 가상화폐 운영 원리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 가상통화 투기 부작용이 발생하는 부분을 지속 시정하면서 정부 조치로 인한 블록체인 등의 기술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오전 10시 종로구 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소집해 가상화폐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방송통신위원회·공정위원회 사무처장, 국세청 차장이 참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경찰청 관계자도 동석했다.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당초 ‘전면 금지’로 예상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상화폐 투기 과열을 지적하며 “이대로 두면 심각한 왜곡·병리 현상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대응 방안을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 4일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상화폐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를 하루 앞두고 ‘누구든 유사통화를 거래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문구를 명시한 ‘유사수신행위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것이라는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시안이 전해지기도 했다.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가상화폐 거래 전면 금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과세 계획을 놓고서는 ‘사실상 허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는 양성화의 호재”라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런 반응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가치는 정부가 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지난 11일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선물 상장돼 보합세로 돌아선 비트코인을 제외하고 시가총액 상위권 가상화폐의 가치가 모두 상승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오후 2시57분 현재 사설 거래소 빗썸에서 16.05%포인트 상승한 70만4900원, 4위 라이트코인은 26.08%포인트 오른 34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