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최승호 신임 사장 체제의 MBC가 첫 단독 보도로 내놓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중동 특사 방문과 관련 보도에 대해 네티즌 사이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MBC는 11일 단독 타이틀을 달고 ‘이례적 중동 특사 파견… MB 비리 관련?’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다. MBC는 임 실장이 중동으로 특사 방문한 진짜 이유는 “과거 MB 정권의 비리 문제와 연관된 중동 국가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정부 관계자가 MBC에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MBC는 “임 실장이 아랍에미리트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났다”며 “그는 2009년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원전 수주를 계기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워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외교가에선 원전 관련 의혹이나 MB 비리에 대한 본격 조사에 앞서 임 실장이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하고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사로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MBC 보도 직후 청와대는 “임 실장이 이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중동지역을 방문하였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MBC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또한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나서 “오늘 일부 방송사의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에 유감을 표시한다. 확인 절차 제대로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MBC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정정 보도 요청도 수용하지 않고 있다. 네티즌들은 MBC가 청와대의 정정보도 요청을 수용하지 않자 최승호 PD가 사장이 되어도 이전과 달라 진게 없다며 비판했다.
JTBC 손석희 앵커 또한 임 실장의 중동 방문 관련 보도와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다.
그는 12일 JTBC 뉴스룸에서 임 실장의 중동 특사 관련 소식을 전하며 “여러 가지 설이 나오는데, 어찌보면 청와대가 자초한 것이 있지 않느냐”라고 말해 비난을 샀다.
손 앵커는 “임 실장 특사 방문을 둘러싸고 과거 정권의 비리 문제와 관련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왔다”며 “청와대는 두 차례에 걸쳐 극구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성대 기자와 함께 이런 설들을 좀 짚어보고, 그 과정을 좀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말이 안 된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청와대 비서실장이 직접 이전 정권 비리를 찾으러 갔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보도가 나가자마자 청와대 측은 정정보도를 요청했다”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 명의로 ‘일부의 확인되지 않은 과감한 보도 유감을 표시한다. 확인 제대로 해달라’며 비판했다”고 전했다.
이에 손 앵커는 “확인을 제대로 해달라는 게 청와대 입장인 것 같다”며 “임 실장을 굳이 여기에 보내겠다는 설명은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이 기자는 “청와대 공식 입장은 대통령이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뜻을 크게 보여주기 위해 비서실장을 특사로 파견한 것”이라며 “임 실장은 2003년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초선 의원으로서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반대하면서 단식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그랬던 인사가 14년 지나서 지금은 국정 운영을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서 파병 부대의 위문을 간다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손 앵커는 “일반의 입장에서 볼 때, 임 실장이 14년 전에 이라크 파병 문제로 단식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며 “국방장관도 다녀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그런 임무로 간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그런 여러 가지 설을 어찌보면 자초한 것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은 손 앵커의 특정 발언을 캡쳐, 전파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퍼뜨리고, 의혹의 제공을 청와대가 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전체 영상을 보면 손 앵커가 청와대에게 잘못을 전가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는 곧바로 “아마 청와대 쪽에서도 우리가 좀 설명하는데 모자란 점이 있었다고 얘기한 거 아닐까요”라며 청와대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 기자는 “실제로 청와대에서 이런 정치적 파장을 예상하지 못한 측면들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에서 잘못을 인정했음을 전했다. 그는 “다만 북한 접촉설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며 “미국 중심으로 강하게 제재와 압박 기조에 적극 호응하는 상황에서 정부 고위급이 공개적으로 나서서 북한 인사를 만나기 쉽지도 않을 뿐더러 만났다 할지라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