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처럼 딸도 정신질환으로 정신과 치료받아
경찰 “일상생활 지장 없어…심신미약 주장 가능성”
법원, 딸 정신감정 결정…범행 가담 이유 등 확인
‘어금니아빠’ 이영학씨(35)의 범죄에 가담한 공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딸 이모(14)양이 과거 정신질환 증세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이 이양의 범행 가담 이유 등을 가리기 위해 정신감정을 의뢰함에 따라 정신병력이 양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13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양은 유년기 시절 한때 정신질환 증세를 앓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문제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은 진료기록이 남아있다.
경찰은 어금니아빠 살인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씨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는 만큼 공범인 친딸에 대해서도 정신병력 가능성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 부녀 사건 당시 수사팀에서는 딸의 정신과 치료기록까지 확인해보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사실을 인지했었다”며 “이양의 정신병력을 상세하게 언급할 수는 없지만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정신지체·지적장애로 각각 3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두 장애를 합쳐 중복장애 2급으로 장애인연금을 수령해왔다.
경찰은 이씨 딸의 정신질환 병력을 확인하고도 수사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다고 한다. 이는 범행 동기나 공모 여부 등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만큼 이양의 정신병력이 심각하지 않았던 상태로 추론할 수 있다. 실제로 이양은 정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이로 인한 장애 등급을 판정 받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양은 경찰 조사를 받을 당시 수사관이 아버지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울먹이는 등 심적으로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곤 했으나, 실제로는 조사받는 내내 의외로 담담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자신의 친구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데 가담하고도 냉정할 만큼 차분하게 진술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은 거대백악종을 앓았지만 정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정상인과 별 다름이 없다”면서 “이영학이 정신지체 장애를 앞세워 형량을 줄이려는 전략을 보이는 것처럼 이양도 향후 본인 재판에서 정신병력을 내세워 심신미약 감경사유 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이양이 부친 지시에 큰 저항 없이 따른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 정신감정을 하기로 결정했다.
잔혹한 살인 범죄에 별다른 저항없이 따르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만큼 이양이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 발달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이거나 위압적인 상황에서 강요된 행동이었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날 재판에서 이양의 변호인은 이씨가 이양에게 물건을 던지거나 뺨을 때리는 등 상습적인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씨는 “심하게 야단을 치거나 가방을 던진 적이 있다”면서도 “상습적인 폭행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양이 이씨 말을 큰 저항이나 질문 없이 따른 이유에 대해서는 “개 여섯마리를 화가 나서 망치로 때려죽인 적이 있다. 딸이 이를 알아서 무서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아버지 지시를 따른 이유로 “맞을까봐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가장 충격적으로 맞은 때를 묻자 “가방으로 머리를 맞을 때”라고 답변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