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나눔을 바꾸는 15분… ‘나바시’ 아시나요

입력 2017-12-13 07:59
지난 11일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특별회비를 전달한 김용식·구본엽씨 가족. 어른들 중 왼쪽 세 번째가 ‘나바시’ 기부 프로그램을 수년째 운영 중인 김씨다. 김용식씨 제공

“나바시(나눔을 바꾸는 시간)를 아시나요?”

한국도로공사에 근무하는 김용식(42)씨가 스스로 착안한 기부 프로그램 ‘나바시’를 수년째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전남본부 함평지사에서 휴게소·톨게이트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김씨는 틈날 때마다 강연자 섭외와 행사장 대관 등 기부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남을 위해 봉사해온 평범한 이웃들을 섭외해 15분 정도 사연과 경험담을 듣는 것이 그가 운영하는 ‘나바시’ 프로그램이다.

김씨의 설득으로 강단에 선 아마추어 강연자들은 자신의 봉사와 기부에 얽힌 후일담을 진솔한 말투로 담담히 풀어낸다. 가슴을 적시는 강연을 접한 방청객들은 기꺼이 한 끼 점심값 정도를 주최 측에 기부한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45분 안팎의 강연 이후 시각장애인 오카리나 연주단 ‘파랑새’ 등의 자선공연도 이어진다. 김씨는 2014년 7월 광주시청 대회의실을 시작으로 4회에 걸쳐 이 같은 기부행사를 펼쳤다. 행사에 참석한 150∼200명의 방청객은 점심 한 끼를 거르고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5000∼1만원의 점심값을 기부했다.

이를 통한 모금한 500여만원과 쌀, 생필품 등은 관공서 추천을 받아 화상어린이 환자 등을 돕는 데 사용했다. 그동안 연단에 선 강연자들은 간호사로서 헌혈 100회를 넘긴 이지영(35·여)씨와 보육원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더 힘든 이웃을 꾸준히 도와온 김영철(20·가명·대학1년)씨 등 12명이다.

기부행사에는 오래전부터 몸담아온 대한적십자사 봉사조직 ‘청춘 3040 봉사회’ 회원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봉사회 회장이기도 한 김씨는 지난 11일 동료 봉사회원 구본엽(40·㈜오션그래픽)씨 일가족과 함께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특별회비를 전달했다. 두 회원의 자녀 4명도 이날 용돈과 돼지저금통을 털어 회비 모금에 동참했다.

15년째 적십자 후원회원으로 나눔을 실천해온 김씨는 “후원금을 빼돌린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자선단체로 위장한 ㈜새희망씨앗 비리 사건 등이 불거진 이후 기부공포증이 확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그렇지만 기부와 나눔은 결코 멈출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