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시(나눔을 바꾸는 시간)를 아시나요?”
한국도로공사에 근무하는 김용식(42)씨가 스스로 착안한 기부 프로그램 ‘나바시’를 수년째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전남본부 함평지사에서 휴게소·톨게이트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김씨는 틈날 때마다 강연자 섭외와 행사장 대관 등 기부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남을 위해 봉사해온 평범한 이웃들을 섭외해 15분 정도 사연과 경험담을 듣는 것이 그가 운영하는 ‘나바시’ 프로그램이다.
김씨의 설득으로 강단에 선 아마추어 강연자들은 자신의 봉사와 기부에 얽힌 후일담을 진솔한 말투로 담담히 풀어낸다. 가슴을 적시는 강연을 접한 방청객들은 기꺼이 한 끼 점심값 정도를 주최 측에 기부한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45분 안팎의 강연 이후 시각장애인 오카리나 연주단 ‘파랑새’ 등의 자선공연도 이어진다. 김씨는 2014년 7월 광주시청 대회의실을 시작으로 4회에 걸쳐 이 같은 기부행사를 펼쳤다. 행사에 참석한 150∼200명의 방청객은 점심 한 끼를 거르고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5000∼1만원의 점심값을 기부했다.
이를 통한 모금한 500여만원과 쌀, 생필품 등은 관공서 추천을 받아 화상어린이 환자 등을 돕는 데 사용했다. 그동안 연단에 선 강연자들은 간호사로서 헌혈 100회를 넘긴 이지영(35·여)씨와 보육원에서 어렵게 자랐지만 더 힘든 이웃을 꾸준히 도와온 김영철(20·가명·대학1년)씨 등 12명이다.
기부행사에는 오래전부터 몸담아온 대한적십자사 봉사조직 ‘청춘 3040 봉사회’ 회원들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봉사회 회장이기도 한 김씨는 지난 11일 동료 봉사회원 구본엽(40·㈜오션그래픽)씨 일가족과 함께 대한적십자사를 찾아 특별회비를 전달했다. 두 회원의 자녀 4명도 이날 용돈과 돼지저금통을 털어 회비 모금에 동참했다.
15년째 적십자 후원회원으로 나눔을 실천해온 김씨는 “후원금을 빼돌린 ‘어금니 아빠’ 이영학과 자선단체로 위장한 ㈜새희망씨앗 비리 사건 등이 불거진 이후 기부공포증이 확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그렇지만 기부와 나눔은 결코 멈출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