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공고 2학년 김정민(17)군은 지난 7일 인터뷰를 시작할 때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그런 광고도 있잖아요.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 하는. 저희가 하는 일이 그거예요.” 김군은 교내 명장공방봉사단에서 활동한다. 겨울이면 나주 일대 노인 가정을 찾아다니며 보일러를 고치거나 설치해주고 있다. 신정의 유용환 정권호 김희광 정민수 허충민군 등 2·3학년 7명으로 구성됐고, 비용은 학교에서 지원한다.
‘보일러 작업’은 2016년 11월 시작했다. ‘수업시간에 명장에게 배운 기술을 뜻있게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냈다. 전문가는 2시간이면 하는 일이지만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3∼4시간씩 걸린다. 신군은 “한겨울엔 보일러에서 나오는 물이 너무 차가워 손이 얼어버린다”고 했다. 유군은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던 부녀를 떠올렸다. “40대 아버지와 유치원생 딸이 목재소 컨테이너에서 보일러 없이 전기온수기만 달고 살았어요. 저희가 보일러를 설치해드렸죠.”
지난겨울 찾아갔던 할아버지는 작은 단독주택에 혼자 살고 있었다. 보일러는 고장 난 채였고, 원인은 너무 안 써서 그런 거였다. 할아버지는 몇 해 전 노모가 돌아가신 뒤로 ‘혼자 따뜻하게 지낼 수 없다’며 얼음장 같은 방에서 이불을 겹겹이 덮고 겨울을 버텨 왔다. 허군은 “그 할아버지 댁 보일러를 고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봉사단이 찾아가는 곳은 독거노인 거처인 경우가 많다. 보일러는 7∼8년 지나면 수리해야 하는데 그런 집에는 보통 10년을 훌쩍 넘긴 상태로 방치돼 있다. 정군은 “22년 된 보일러도 봤다”고 했다. 장판이나 벽지도 오래돼 훼손된 집이 많았다. 학생들은 ‘주거권’ 같은 개념을 낯설어했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아무리 가난해도 살 집은 있어야 하고, 집이라면 최소한 난방은 돼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난방비를 지원해줄 순 없는 거냐”고 되묻기도 했다.
“보일러가 있어도 기름값 때문에 안 써서 고장 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집에서 수리를 마치고 보일러 돌아가는 ‘웅∼’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죠.”
손수연 인턴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