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난징 대학살 잊지 말자” 추모 열기

입력 2017-12-13 07:51

1937년 12월 13일 일본군은 국민당 정부 수도였던 중국 난징을 점령한 뒤 대학살극을 벌였다. 일본군은 ‘모두 죽이고 불태우고 빼앗는’ 이른바 ‘3광(光) 작전’을 벌여 난징을 인간 도살장으로 만들었다. 일본군 두 명의 소위가 목 빨리 베기 시합을 해 각각 106명과 105명을 참수했다는 신문 기사도 있다. 그들은 임신부의 배를 찔러 사산시키거나 사람들을 산 채로 매장하고 불태워 죽이는 등 야수보다 못한 광기를 드러냈다. 6주 동안 난징시민 70만명 가운데 30만명이 잔인하게 학살됐으며, 강간 피해여성도 2만∼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중국 정부는 추산한다. 관련 기록과 증언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난징대학살을 공식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있다.

난징대학살 80주년을 맞아 중국 내에서 추모 열기와 반일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13일 장쑤성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에서 열리는 80주년 추모식에 참석한다. 추모식에는 시 주석뿐 아니라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당정 주요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2일 전했다. 시 주석이 추모식에 참석하게 되면서 13일 중국을 국빈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식 일정이 14일로 늦춰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모식은 중국 라디오와 관영 TV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중국 정부는 2014년부터 12월 13일을 국가추모일로 지정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중국 CCTV는 5편의 위안부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11일부터 방영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체계적인 위안부 운영을 고발하는 첫 프로그램이라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1회에서는 상하이 위안소 운영 실태와 함께 일본이 위안소를 어떻게 조직적으로 운영했는지 조명했다. 또 한국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가 ‘위안소에 끌려온 수많은 소녀들이 자살을 택했다’고 증언하는 장면, ‘만삭 위안부 여성’ 사진의 실제 인물인 박영심 할머니가 과거 끌려다녔던 위안소를 다시 찾아 절규하는 영상도 함께 담았다.

중국국가당안국(국가기록원)은 ‘욘 라베의 일기(Diary of John Rabe)’와 ‘세계기억명록-난징대학살당안’ 등 2권의 책을 출간했다. 욘 라베는 ‘중국판 오스카 쉰들러’로 불린다.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 동맹국인 독일의 지멘스사 난징지사장으로 근무하던 라베는 현지 외국인 선교사, 기업가, 학자들과 뭉쳐 ‘국제안전지대’를 만들고 25만여명을 피신시켰다. 그가 38년 강제로 난징을 떠나게 되자 수많은 중국인이 길가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라베는 일본군 만행을 생생하게 고발하는 1200쪽 분량의 일기도 남겼으며 97년에 출간됐다.

이와 함께 ‘충칭대폭격 사건’ 피해자들도 14일 일본 도쿄고법에서 열리는 피해배상 소송 항소심 선고를 보기 위해 출국했다. 일본군은 38년부터 43년까지 국민당 정부군의 임시 수도였던 충칭의 민간인 지역에 219차례, 1만1500기의 폭탄을 무차별 투하했다. 이로 인해 최소 4만명의 사상자를 냈고 1만7600채의 가옥이 완파됐다. 피해자 유족 188명은 2004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2015년 2월 도쿄지법은 1심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