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가 문재인정부 요직에 기용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청와대였다. 청와대 직제표상 비서관급 이상 직원 63명 가운데 17명(27.0%)이 이른바 ‘노무현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었다.
특히 과거 청와대에서 비슷한 일을 했던 인사가 9년 만에 내부 승진한 사례가 많았다. 당시 발휘했던 업무 전문성을 높이 샀다는 얘기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은 과거 균형인사비서관을 지냈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사회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김우호 인사비서관과 백원우 민정비서관, 권혁기 춘추관장, 채희봉 산업정책비서관은 과거에 각각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 국내언론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실 등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반장식 일자리수석(전 균형발전비서관)이나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전 민정수석실 행정관), 이호승 일자리기획비서관(전 경제정책수석실 행정관), 김종호 공직기강비서관(전 국정상황실 행정관) 등도 문재인정부에서 승진한 케이스다. 대선 캠프에서 후보 일정을 책임졌던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전 사회조정2비서관)과 김정숙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유송화 제2부속비서관(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은 이번에는 ‘대선 전공’을 살린 역할을 맡았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는 아니었지만 주요 자문기구 등 근거리에서 일했던 인사도 상당수 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노무현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위원이었고, 한병도 정무수석과 황덕순 고용노동비서관, 김금옥 시민사회비서관, 황태규 균형발전비서관 등도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18개 정부 부처 장·차관 45명 중에선 10명(22.2%)이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책임지고 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과거 청와대 정무2비서관을 지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안보정책비서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도 지속가능발전비서관 출신이다.
차관은 더 많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을 지냈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근무했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과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비서관 출신이다. 권덕철(보건복지부) 조현(외교부) 심보균(행안부) 차관은 행정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김판석 인사혁신처장과 주영훈 청와대 경호처장도 과거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과 경호실 안전본부장으로 근무했다.
부처 실무를 총괄하는 실장급 공무원 중에도 노무현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인사가 11명이나 됐다. 대부분 노무현 청와대에서 비슷한 분야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들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20대 국회의원 중에서도 노무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경수 의원은 당시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만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김종민 박재호 전재수 정재호 조승래 최인호 의원 등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고, 강병원 고용진 권칠승 황희 의원 등은 행정관으로 일했다. 이들은 모두 지난해 처음 ‘배지’를 달았다.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박남춘 의원 등은 각각 청와대에서 민정 및 인사 업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정치권과 전문가 그룹에서는 노무현 청와대 출신 인사의 대거 재등용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평이 공존한다. 문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정부와 여당의 정책 추진력은 커질 수 있지만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12일 “이번 정권 기조는 적폐청산이 중요한데, 공무원 사회에 누적된 적폐 세력이 많기 때문에 정권 초반에는 사실상 아는 사람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노무현정부 인사만 계속 모이다 보면 패권으로 흘러 스스로 적폐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수도권 여당 의원도 “노무현 청와대 인사 기용을 무조건 문제라고 볼 수는 없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정부를 운영하다보면 오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승욱 신재희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