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을 바꾸는 3점포, DB 노장 김주성이 빛나는 법

입력 2017-12-13 01:01 수정 2017-12-13 08:35
원주 DB의 김주성이 1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노장은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빛나는 법이다. 그런 선수가 바로 원주 DB의 김주성(38)이었다.

1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DB와 서울 SK의 경기. DB는 3쿼터까지 55-74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경기 초반부터 SK의 3-2 지역 방어와 압박 수비에 고전하며 점수가 크게 벌어진 탓이었다. SK는 수비 성공 이후 빠른 공격을 펼쳐 손쉽게 득점을 올렸다. DB는 SK의 끈끈한 수비에 떠밀려 실책도 18개나 쏟아냈다.

하지만 DB는 화끈한 외곽포를 앞세워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 갔다. 4쿼터 종료 직전 동점 3점슛을 터뜨린 외국인 선수 디온테 버튼이 연장전 마지막 공격에서도 승부를 가르는 역전 3점포를 넣었다. 최종 스코어는 95대 94. DB의 짜릿한 1점차 뒤집기 승리였다.

DB 주축선수 두경민은 28점(3점슛 8개), 버튼이 18점(3점슛 2개)으로 맹활약했다. 그런데 이들 외에도 DB가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김주성의 활약에 있었다.

김주성은 이날 18분을 조금 넘게 뛰면서 11점을 올렸다. 3쿼터에 성공한 자유투 2구 말고는 모두 3점슛으로 득점을 쌓았다. 특히 김주성은 DB가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4쿼터에만 3개의 3점슛을 시도해 모두 림에 꽂았다. DB는 김주성의 외곽포로 경기 흐름을 바꿨고, 버튼의 득점까지 곁들여지면서 극적으로 동점을 일궈냈다.

김주성은 프로에서의 16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205㎝의 큰 키로 골밑을 호령하며 최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나이 앞에 장사가 없다고 했던가. 시즌을 거듭하면서 체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다. 젊은 선수들과 골밑에서 몸싸움을 하기 부담스런 상황이 됐다. 올 시즌엔 경기당 평균 12분을 뛰고 있다. 역대 시즌 중 가장 짧은 출전시간이다.

그는 나름대로 생존 방안을 찾아냈다. 이전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던 3점슛을 죽도록 연마한 것이다. 김주성은 2015-2016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3점슛을 쏘기 시작했다. 당시 경기당 평균 3점슛 1.2개를 성공했고, 지난 시즌엔 1.5개로 치솟았다. 성공률도 높은 편이어서 특급 슈터라는 재밌는 별명도 생겼다.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는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팀에 보탬이 되려고 내린 결정이었다.

올 시즌엔 출전시간이 줄어 경기당 평균 0.9개의 3점슛을 성공 중이다. 하지만 승부처에서 터지는 김주성의 3점슛은 영양가가 높다. DB는 지난 9일 전주 KCC전에서 76대 82로 졌다. 그러나 DB는 김주성이 4쿼터에만 3점포 2개를 꽂아 점수 차를 좁히고 끈질긴 추격전을 펼칠 수 있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