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함께’ 할리우드 안 부러운 韓블록버스터의 탄생

입력 2017-12-12 19:48 수정 2017-12-12 20:44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의 극 중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웹툰 팬 분들에게는 어쩌면 실망감과 아쉬움을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영화 신과함께’로 독립적인 관점에서 봐주시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넓은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신다면 그 나름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하정우)

소문이 무성했던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이하 ‘신과함께’)이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을 배경으로 한 작품. 크나큰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존재했던 게 사실이나, 영화는 그 자체의 완성도와 스케일로 보는 이를 압도했다.

‘신과함께’는 타인의 목숨을 살리고 저승에 온 의로운 망자 자홍(차태현)가 그를 안내하는 삼차사(하정우 주지훈 김향기)와 함께 49일간 4개의 지옥을 지나며 심판을 받는 내용의 판타지 블록버스터. 총 제작비만 무려 400억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국내 최초로 1, 2편(내년 여름 개봉)을 동시 제작해 시간차를 두고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알려진 대로 몇몇 설정에서 원작 웹툰과 차이가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등 차사들의 역할이 확대됐다는 점. 진기한 변호사 캐릭터가 사라지고 차사들이 망자의 호위와 변호를 모두 맡게 됐다. 원작에서 과로로 사망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 자홍(차태현)은 영화에서 어린 아이를 구하다 순직한 소방관으로 변경됐다.


작품의 참신성만큼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이라는 7개의 지옥을 차례로 거치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인물에 동화된다. 그 과정에서 ‘죄와 용서’에 대한 성찰이 따라온다. 만인의 공감을 이끌어낼 만한 이야기가 어마어마한 비주얼 뒤에 감춰져있는 셈이다.

분명한 건 이 영화가 한국영화사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란 사실이다. 지금껏 국내에서 이런 스케일의 영화는 만들어진 적이 없다. 완성도 또한 할리우드 부럽지 않다. 숲 바다 폭포 방하 사막 등 현실세계를 변형시켜 구현해낸 지옥세계 비주얼이 장대한 느낌을 준다. 우리나라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현주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차태현은 “우리나라도 이런 장르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두 편을 한꺼번에 만든다거나 대규모 CG가 투입되는 식의 작업은 분명 새로운 모습이다. 점점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신과함께’가 그 시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가족애를 강조하는 후반부는 다소 신파적인 마무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차태현은 “개인적으로 신파라는 게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 억지 울음과 억지 감동만 아니라면, 한번 감정이 격하게 하는 그런 울림이 있는 영화가 좀 더 시원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주지훈은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면서 나의 인간관계나 친구관계 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더라. 좀 창피하지만 마지막에는 엉엉 울어버렸다. 30대 중반이 돼서 그런가 (눈물이 많아졌다). 옆에 있는 관객 분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감동이 있었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다른 배우들도 영화 자체의 매력을 눈여겨 봐달라고 입을 모았다. 김향기는 “원작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우려와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은데 영화 자체로 봐주시면 좋겠다”며 “영화에 빠져 보다 보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홍의 동생 수홍 역의 김동욱은 “원작 세 편을 종합해서 1, 2부로 나누어 만든 영화다. 1부에서 다 끝난 게 아니라 그 시작을 보여드린 셈이다. 원작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2부까지 확인하시면 ‘이렇게 풀었구나’ 납득이 되시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김용화 감독은 “자홍의 재판과 동생 수홍의 이야기를 합쳐 삼차사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1편이라면 2편에서는 삼차사의 1000년 전 과거나 이승으로 돌아온 자홍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VFX(시각 특수효과)를 다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오는 20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