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영학(35)의 범행을 도와 친구를 집으로 유인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딸 이모(14)양에 대해 법원이 정신 감정을 결정했다. 아빠의 지시에 저항하지 않고 태연하게 따른 이유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법원은 정신 감정을 진행한 뒤 부녀의 결심 공판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이영학 부녀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36)씨의 공판을 열고 이를 결정했다. 이날 이 양에 대한 심리 역시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법원은 “이 양이 왜 아버지의 지시에 저항하지 않고 태연하게 따랐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정신 감정 결과가 나온 뒤 부녀의 결심 공판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법원은 “반대 의사를 드러내지 못할 정도로 폭력적, 위압적인 상황이었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딸의 재판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선 이영학에 이 양 측 변호인은 “상습적으로 딸과 아내를 폭행했기 때문에 (이영학의) 지시에 거부하지 못하고 따른 것 아닌가”하고 물었다. 이에 이영학은 “심하게 장난한 적은 있어도 아내를 때리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또 “딸을 몇 번 혼내긴 했지만, 거짓말을 하거나 엄마한테 말을 함부로 할 때뿐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감정 조절이 안 돼서 아이를 혼낸 적이 있다”며 “그 부분에서 나를 무서워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딸이 자신의 지시에 따른 이유에 대해선 “예전에 내가 화가 나서 키우던 개를 망치로 죽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양의 변호인이 “이 양에게 지시하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인정했다.
이 씨는 범행 당시 딸에게 윽박을 지르거나 폭행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행 후 “딸에게 당시 수면제를 먹으면서 죽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죽은 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아버지 죽는 게 무서워서 순순히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범행 당시 윽박지르진 않았지만 사람이 죽었으니 무서웠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내년 1월10일 이영학의 재판을 열고 추가 기소되는 혐의를 심리한다. 검찰은 이영학을 후원금 편취, 아내 성매매 강요 및 폭행 등 혐의로 조만간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