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명이 7개 업무 수행… 지하철역 사고대응 ‘심각’

입력 2017-12-12 14:42

전국 지하철 역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직원 1명이 최대 7개 임무를 5분내에 수행해야하는 등 현장 대응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역장과 역무원 등은 재난대응 교육대상에 빠져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8~9월 한달간 서울교통공사 등 전국 6개 지하철공사 574개 역사 대상 안전감찰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장조치 행동지침상 대응 인력은 주간 6명, 야간 4명이 일하도록 했으나 실제론 주간 4~5명, 야간 2~3명만이 일하는 실정이다. 부족한 인원은 사회복무요원(전국 2733명)으로 대체하고 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지침에 따른 상황보고, 전파, 승객대피 유도 등 비상조치를 취할 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직원 1명이 5분 이내에 수행해야 하는 임무는 119·관제센터 등 사고보고, 초기대응팀 가동, 상황전파·게이트 조치 등 7개에 달한다.

또한 주야간 인원이 다른데도 개인별 임무카드는 획일적으로 적게돼 야간에는 사고대응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주간근무 기준 5명으로 임무카드가 작성되기 때문에 야간근무자가 3명인 경우 2명의 임무는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서울·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 등 6개 도시 지하철공사 모두 경영상 어려움으로 현장 대응인력이 부족하다"며 "지하철 역사에서 화재·추돌 등 사고 발생 시 지침에 따른 상황보고 및 전파, 승객대피 유도 등의 비상조치를 신속하게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난발생 시 현장에서 대응해야 할 역장·역무원 등은 재난안전 분야종사자 전문교육(재난대응 지침 등 교육)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고, 지하철사고가 대규모 재난으로 확대되는 상황에 대비한 시민대피 유도훈련 또한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 비치된 행동지침도 2종으로 나뉘어 있어 사고발생시 혼선 우려가 있다.

행동지침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지하철 대형사고 현장조치 행동지침'과 철도안전법에 따른 '현장조치지침' 등 2가지다. 그러나 지하철 대형사고 현장조치 행동지침이 10명 이상 사망 또는 24시간 이상 열차운행 중단 등 대형사고 발생에 대비한 것이어서 활용성이 떨어진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2011~2015년 5년간 발생한 지하철 사고 425건중 404건은 추락·PSD 개폐 오작동 등 사상사고였으며 충돌·탈선·화재 등 열차사고 9건, 기타 12건 등이었다. 모두 '현장조치지침'으로 대응했다.

이에 행안부는 사고대응 관련 지침을 손보기로 했다. 우선 2개 행동지침을 통합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제도를 개선한다. 이 과정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침 내용도 개정할 계획이다.

또 기관사 및 관제사, 역무원 등의 재난대응역량 강화를 위해 행안부, 국토부, 지하철운영사,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지하철 안전교육 강화 전담조직(T/F)'을 운영한다.


아울러 소방전문가와 합동으로 서울 지하철 7호선 고속버스터미널역과 3호선 을지로3가역의 제연설비(화재시 연기 제어 및 유독가스 배출 장비) 실태를 점검한 결과 2곳 모두 작동불량이 발생했다.

행안부는 서울교통공사 측에 제연설비 보수 및 정상 작동을 지시하고 제연설비 점검을 전국 지하철 역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행동지침(매뉴얼)은 비상상황 시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며 "재난유형에 따라 유사·중복된 지침이 있다면 일선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지침을 중심으로 통·폐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