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왜 급유선 선장이 신고를 늦게 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신용희 수사과장은 “충돌사고를 회피하기위한 기적소리를 하거나 변침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두 선박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며 “해양심판원에서 누가 더 중죄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 과장은 “승객들이 이모실장에게 ‘실장님, 실장님, 이거 보세요’라고 외치는 순간 충돌했다고 낚시어선 생존자들이 외치는 순간 충돌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낚시어선이 급유선을 본 순간부터 충돌한 순간까지 200∼300m정도로 짧았다”고 밝혔다.
명진15호 선장 전모(37)씨는 1차 진술에서 유조선이 뒤에 있었고, 낚시배가 오른쪽 앞에 있어 충분히 비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발언한 바 있으나 해경은 아직까지 이를 증명할 증거는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너무 좁은 수로에서 급변침이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너무 순식간에 충돌이 일어나 겨를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선박인 명진15호의 선장은 조타실에 위치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로 신고를 한 당사자이지만 왜 신고를 늦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해경은 아직까지 설명하지 못했다.
해경조사결과 낚시어선 선창1호는 사고당일 6시2분20초 이후 신호가 소실됐다.
명진15호는 사고당일 오전 6시부터 6시2분35초까지는 시속 12.3~12.5노트로 속력변화가 거의 없었으나 6시2분45초쯤부터 11.1노트 이하로 속력이 감속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충돌시간은 6시2분20~45초로 최종 판단됐다는 것이다.
해경은 급유선 명진15호(명진유조 소속) 선주 이모씨가 사고당시 갑판원으로 승선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냈다.
급유선 명진15호는 사고당일인 3일 오전 3시쯤 인천 북항 부두를 출항해 오전 3시25분쯤 GS칼텍스 부두에 접안 방커C유 250t, 경유 30t을 적재하고, 오전 4시30분쯤 평택항에 정박 중인 선박에 급유할 목적으로 출항했고, 평균 약 12노트 내외의 속도로 오전 5시58분쯤 영흥대교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급유선 선장 전모(37)씨와 낚시어선 선장 오모(70)씨는 사고발생 전에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해사안전법 제66조에 의해 침로와 속도 변경, 무전통신, 기적발신 등의 의무가 있으나 급유선 선장은 ‘충돌을 피하기 위한 동작’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사안전법에 의한 안전관리 매뉴얼상 ‘야간 항해당직 시에는 1인 당직을 금지한다’는 규칙을 무시하고 견시요원인 갑판원이 조타실을 이탈한 상태에서 혼자만 근무하다 충돌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급유선 선장 전씨는 1회 조사에서 “낚시어선을 충돌 전에 보았으나 알아서 피해서 갈 것으로 생각했다”며 과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2회 조사부터는 “레이더 감도가 좋지 못해 어선의 위치를 한번만 확인한 다음에는 더 보이지 않았다”라고 일부 진술을 번복했다.
급유선 갑판원 김모(46)씨는 “영흥대교 도착 이전에 조타실을 내려와서 식당에 위치해 충돌 상황을 모른다, 내려간 시간은 충돌 약 4분 전이며, 자리를 비운 것은 분명히 잘못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망한 낚시어선 선장은 해사안전법에 의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동작으로 침로와 속력 변경, 무전통신, 기적발신 등 충분한 회피동작을 취해야 하나 매뉴얼대로 기본적인 조치를 않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날 수사결과 발표 현장에는 피해자 유가족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 유가족은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CCTV가 있으면 제공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낚시어선에는 CCTV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행법상 낚시어선에 CCTV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선주에게 책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