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불길 속 뛰어들어 장애 할머니 구한 ‘세 청년’

입력 2017-12-12 10:07 수정 2017-12-12 22:58
지난 10일 오후 7시께 강원 춘천시 약사동 한 사우나 인근 조립식 주택 화재사고 당시 건물 안에 갇혀 있던 70대 할머니를 구한 청년들. 왼쪽부터 이기연(19)·임창욱(24)·김진우(20)씨. 뉴시스

“불이야!”

지난 일요일(10일) 오후 7시쯤 춘천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던 청년 3명은 다급한 외침을 들었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숟가락을 내려놓고 식당을 빠져나와 불길이 보이는 곳으로 달려갔는데요. 불은 크게 번져 집을 삼키고 있었습니다.

이때 어디선가 “안에 사람이 있어요. 할머니가 있어요”라는 절규가 들려왔습니다. 불길을 피해 할아버지와 함께 빠져나온 손자가 도움을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집안에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가 갇혀있다는 겁니다.

세 청년들은 주저없이 불길로 뛰어들었습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불길 속에서 휠체어에 앉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던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청년들은 할머니를 업고 나가려고 했지만 상황이 위급해 여의치 않았습니다. 청년들은 포기하지 않고 힘을 모아 전동휠체어를 들고 집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채널A영상 캡처

“불길 속에서 휠체어 탄 할머니가 보이자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일단 구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춘천에서 불이 난 집으로 뛰어들어 70대 할머니를 구한 임창욱(24)·김진우(20)·이기연(19)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하며 “당연히 할 일을 했을뿐”이라고 겸손해했습니다.

그러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눈빛이 너무 간절했고 우리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지나고 보니 위험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이 너무 뿌듯했다”고 미소를 보였습니다.

채널A영상 캡처

세 청년은 동호회에서 만나 현재 춘천지역 극단 ‘시공간’에서 마임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이날도 교육을 마치고 함께 저녁을 먹다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곤 얼마 뒤 열차시간이 다 됐다며 현장을 떠났습니다.

이날 화재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30여분 만에 진화됐으며 세 청년 덕분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세 청년은 “앞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된다면 용기를 가지고 긴장하지 않을 것 같다”며 이번 일이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