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혹한 녹인 ‘미리 크리스마스 선물’… 생면부지에 신장 떼줘

입력 2017-12-12 07:58

22년 동안 혈액투석을 받아온 만성신부전 환자가 특별한 송년 선물을 받게 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직장인 윤은숙(48·여·사진)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생면부지의 남인 임모(62·여)씨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수술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윤씨는 2009년 텔레비전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만성신부전 환우를 보고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곧장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지만 어린 자녀를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느라 미뤄야 했다. 지난 4월 라디오에서 생명나눔 공익광고를 접한 윤씨는 장기기증을 실천할 때라고 생각했다. 20대 중반에 접어든 딸과 아들도 윤씨의 결정을 지지했다.

윤씨는 “신장이식을 받으시는 분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저로 인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만성신부전으로 1995년부터 혈액투석을 받아 온 임씨는 윤씨 덕에 새 삶을 얻게 됐다. 임씨는 투석을 시작하며 우울증을 겪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신앙생활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았다고 운동본부는 전했다.

임씨는 “이번 신장 기증 수술은 하나님께서 허락한 소중한 선물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이식 후 건강을 회복해 더욱 열심히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