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빅브라더’… 1억개 육박한 ‘안면인식’ 감시카메라

입력 2017-12-11 16:26
BBC 화면 캡처

가로등 하나에 사방으로 달려있는 CCTV 카메라. 중국은 그동안 세계서 가장 크고, 복잡한 카메라 감시 체계를 다져오고 있었다. 중국 전역에는 이미 1억7000만개의 CCTV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며 3년 내로 4억개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중국 구이저우성의 구이양 경찰서

중국 경찰은 거대한 디지털 화면을 갖춘 경찰서에 주민들의 얼굴 사진과 개인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안면인식 기능을 지닌 AI 카메라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시민들의 얼굴을 인식해 개인 정보와 개개인의 얼굴을 매칭한다. 개인의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이 카메라는 시민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 번호도 파악하고 있으며, 자주 어울리는 지인들과 친척들의 정보까지 속속들이 저장하고 있다. 일부 카메라는 얼굴을 인식한 뒤 나이를 예측하고, 인종, 성별, 키까지 알아낸다.


BBC 특파원은 경찰이 도심 곳곳에 설치된 AI 카메라로 얼마나 빠르게 그를 체포할 수 있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사전에 특파원의 얼굴을 카메라로 촬영한 게 주어진 정보의 전부였다. 그가 거리를 걷기 시작한 지 약 5분 만에 경찰 통제 시스템이 그의 얼굴을 화면에 포착했고, 내부 알람이 울린 뒤 근처에 있던 경찰관 5명이 다가와 그를 잡았다. 불과 7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한 경찰관은 BBC에 “일반 시민의 경우 그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에만 정보를 추출한다”며 “도움이 필요치 않다면 해당 정보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그대로 남겨둔다”고 전했다. 그는 “오직 필요할 때에만 사용한다”며 CCTV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숨길 게 없으면 두려울 것도 없다”며 “시민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시민들도 있었다. 베이징 예술가 밀집 지역에 거주하는 정치 비평가·시인 ‘지펑’은 BBC에 “정부는 우리 지역을 ‘위협’으로 간주한다”고 토로했다. “보이지 않는 눈이 따라다니는 느낌”이라고 불안감을 호소한 그는 “그렇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한 번쯤 망설이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적으로 발전된 카메라는 경찰의 안전 유지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주민들을 향한 감시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당 카메라 제조 업체 역시 AI 카메라들이 주요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인정했다. 모든 움직임, 모든 관계가 카메라에 촬영된다는 문제에 대해 제조 업체 관계자는 “나 역시 AI 카메라 홍수 속에서 편안하진 않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그는 “기술 발전은 인류에 필요하나, 잘못된 사람의 손에 쥐어주면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무기를 만들기도 하고, 무기를 통제하기도 한다”며 “기술과 AI의 발전은 다양한 좋은 일을 하는 데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