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장애아동이 생활하는 초등학교 교실에만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한 교장의 행동은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11일 “특수학급에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예산집행을 제약한 것은 장애인 차별행위”라며 “인천시교육감에게 해당 초등학교장에 대한 징계와 인권교육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6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비장애인 학생과 함께 진행하는 ‘초청의 날’ 행사 때 행정실 직원에게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교장 B씨가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온이 32.3도까지 올랐던 지난해 7월 21일에도 에어컨 사용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장의 이 같은 조치 때문에 배변주머니를 하루에 한번씩 갈아야했던 장애학생의 경우 학부모가 교실에서 직접 옷을 모두 벗기고 주머니를 갈아주는 과정에서 땀을 뻘뻘 흘려야 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이 학교는 6월 21일부터 9월 23일까지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유독 특수학급 에어컨 사용만 제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교장실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에어컨이 ‘풀가동’됐다고 인권위는 설명했다.
B씨는 특수학급에 배정된 운영예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이 학교의 특수학급 예산은 814만원이었지만 집행된 것은 367만원(45%)에 불과했다. 인천교육청 산하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 46곳의 집행률(96.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B씨는 “지원을 과도하게 받는 장애인 학생이 졸업하면 책임져야 할 장애인 학부모가 힘들어져 자살하고 싶어지기도 한다”며 막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특수학급 교실에만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헌법 제11조에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특수학급 예산 사용에도 의도적 제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