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상한 몸으로 쓰레기통 뒤지는 ‘북극곰’의 일상 (영상)

입력 2017-12-11 14:41

얼음이 다 녹아버린 섬에서 앙상한 몸으로 힘겹게 걸어 다니는 이 북극곰은 음식을 찾아 쓰레기통에 얼굴을 집어넣었다. 별다른 수확을 얻지 못하자 겨우 발견한 설상차(雪上車) 조각을 뜯고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북극곰은 오랜 기간 굶주린 듯 온몸에 뼈가 드러나 있었다.

이 장면을 촬영한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가 폴 니클렌(49)은 6일 “우리 팀은 흘러나오는 눈물을 꾹 참으며 이 광경을 촬영했다”며 해당 영상을 SNS에 게시했다. 17년간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가로 활약해 온 니클렌은 올해 해양생물 보호단체 ‘시 래거시(Sea Legacy)’ 회원들과 함께 캐나다 배핀섬을 방문해 이 곰을 발견했고,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로 결정했다.

“아직까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심금을 울리는 장면”이라고 설명한 그는 “무관심에서 벗어나려면 가슴 아픈 모습까지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영상 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캐나다 배핀섬 주변에서 자란 니클렌은 “어릴 적부터 3000마리 이상의 북극곰을 봐왔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태에 놓인 북극곰은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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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렌은 이어 “굶주림이란 이런 것”이라며 “근육이 퇴화하고, 힘이 없는 모습이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다”고 적었다. 또 “과학자들은 북극곰이 100년 안에 멸종할 거라고 말하는데, 모두 이런 식으로 죽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북극곰 한 마리만 구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은 바다에 특수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눈에 띄는 북극곰에게 먹이를 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면, 북극곰은 물론 북극 생태계 모두를 잃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커다란 수컷 북극곰은 늙지 않았고, 며칠 뒤에 결국 사망했을 것”이라고 지적한 니클렌은 “우리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올바른 음식을 먹고, 숲을 훼손하지 말고, 우리의 집인 지구를 1순위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굶주린 북극곰을 본 여러분들도 각자의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얼음이 녹고 온난화가 악화되면서 북극곰의 생태계는 위협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세계 19곳에서 살아가는 북극곰의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결국 2050년에는 멸종될 것이라고 말한다.

오리건 동물원 책임자·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 과학 고문인 도널드 무어 박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공개된 영상 속 북극곰의 나이는 알 수 없으나 굉장히 마른 상태”라고 지적했다.

“얼음으로 둘러싸인 서식지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한 무어 박사는 “이 북극곰은 원래 눈 속에서 굴러다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극곰은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다”며 “일주일에 바다표범 한 마리 정도는 먹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북극에서 더 마른 북극곰도 봤다”는 그는 “야생에서 생활하는 2500마리 가량의 북극곰 중 20%가 최근 10년간 굶주림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