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고등학교 2학년 A군(17)은 1년 전부터 SNS 메신저를 통한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친구들은 A군은 물론 부모에 대한 욕설도 퍼부었다. 참다못한 A군은 최근 담임교사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다. 가해학생들이 SNS를 통해 퍼부은 욕설은 그대로 증거자료가 됐다. A군과 가해학생들은 현재 학교 자치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다.
학교폭력을 당한 서울지역 학생들이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리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 피해자를 목격하고 주변에 알리거나 직접 도와줬다는 응답도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7년 제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서울지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중 92.8%인 58만4749명이 참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SNS에서 언어폭력이 벌어질 경우 대화 내용을 캡처해 신고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자기권리 구제 의식이 전반적으로 강해져 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을 당하고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응답은 79.7%로 지난해 같은 기간 응답(72.7%)보다 높았다. 이들이 피해 사실을 알린 대상은 가족(41.2%) 학교(19.7%) 친구나 선배(12.5%) 순이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주변에 알리거나 도와줬다는 응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포인트 증가한 75.8%로 나타났다. 반면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은 26.8%에서 24.2%로 감소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는 이유로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30.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더 괴롭힘 당할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학생은 총 6912명(1.2%)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별 차이가 없었다. 피해 유형에 대한 질문에서는 언어폭력(35.4%)을 당한 학생들이 가장 많았고 집단따돌림 및 괴롭힘(16.2%) 스토킹(11.2%)이 뒤를 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