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등학교 복도에서 지난달 28일 제자 A군(17)에게 폭행당한 교사 B씨(50)가 처벌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고교 2학년인 A군은 사건 당일 오후 2시쯤 5교시 수업이 끝나고 교실 앞에서 B교사의 뺨과 가슴을 각각 세 차례 때렸다. 폭행 장면을 본 다른 동료 교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군을 임의동행해 조사했다. A군은 학교에 늦게 왔다며 꾸짖는 데 불만을 품고 B교사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이틀 후 보도돼 큰 파문을 일으켰지만 해당 교사는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는 것 자체를 곤혹스러워했다. B교사는 휴가를 냈다가 지난 4일 다시 교단에 섰다. A군은 전학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 현장에선 형사 처벌 여부를 떠나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폭력 및 폭언’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 존중 풍토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학생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는 세태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개탄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교사는 “최근 ‘교편을 놓는다’는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직을 포기하는 교사가 늘고 있는 현실을 ‘교편을 잡는다’는 말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학생이 교사를 때리거나 교사에게 폭언과 욕설을 하는 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발생한 교권침해 사례는 1만7310건이다. B씨처럼 교사가 학생에게 맞는 일은 2013년 71건, 2014년 86건, 2015년 83건, 2016년 89건, 올해 상반기 71건 발생했다.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욕설과 폭언을 듣는 사례도 해마다 1000건이 넘는다.
교권침해로 인해 상담을 요청하는 교사도 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2016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사례는 572건이다. 2006년 179건보다 약 3배 증가한 수치로 전년(488건)보다 17.2% 늘어난 것이다.
심리 상담을 위해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찾는 교사도 급증했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를 통한 상담 접수는 4353건으로 월 평균 363건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월 평균 591건, 총 3548건이 접수됐다. 지난해보다 63% 증가한 것이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권을 보호하는 데 현행법은 한계가 있다”며 “교사의 교육권을 보호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입시 경쟁에 매몰돼 있는 교육과 사회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구 손재호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