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코드 턱시도, 이브닝드레스'
무역회사를 다니는 김희진(30·여)씨는 요즘 며칠째 고민 중이다. 다음 주말 초대받은 송년회의 드레스코드 때문이다. 직장 상사는 물론 업무와 관계있는 사람들도 오게 돼 있는 송년모임이지만 하루 입자고 이브닝드레스를 사는 것은 그의 소비 철학(?)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김씨는 자칭 '코스파족(Cospa족)'이다. 코스파족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삶을 추구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코스트 퍼포먼스(Cost Performance)'를 일본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게 무리하게 소비하지 않고, 가성비가 높은 소비를 즐긴다.
다양한 모임이 있는 연말연시. 김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평소 캐주얼을 즐겨 입는 남성도 정장을 요구하는 드레스코드에 맞춰 입기는 쉽지 않다. 또 드레스코드가 없는 모임이라도 주머니가 가벼우면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럴 때 좋은 해결책이 되어줄만한 게 바로 렌탈이다. 렌탈이라고 하면 정수기, 매트리스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옷, 핸드백 등을 전문적으로 대여해주는 곳도 있다.
롯데백화점의 패션 렌탈 매장 ‘살롱 드 샬롯’은 드레스 정장, 장신구 등 자주 착용하지 않지만 가격대가 높아 구매하기 어려운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빌려주고 있다. 서울 중구 본점과 잠실점에 매장이 있다. 이달 초부터 연말 송년회 시즌을 맞아 파티 드레스 20여종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잠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에서는 연예인 시상식 드레스로 유명한 ‘암살라’ ‘사라아뜰리에’ ‘앤스부띠끄’ 브랜드를 15일부터 연말까지 빌려준다. 대여료는 여성 드레스 및 남성 정장이 각각 10만∼40만원대, 아동 드레스 및 잡화는 10만원대다. 대여기간은 2박3일이다.
SK플래닛의 ‘프로젝트 앤’은 150여개 브랜드의 의류, 핸드백, 액세서리 3만3000여점을 갖추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이용권을 구매한 뒤 옷을 고르면 택배로 보내준다. 월 단위 회원권과 1회 이용권이 있다. 젊고 스타일리시한 의류와 장신구를 주로 취급하는 ‘마젠타 클로젯’과 프리미엄 의류와 가방까지 대여할 수 있는 ‘네이비 클로젯’으로 나뉘어져 있다. ‘특별한 날을 위한 드레스’ 코너도 있다. 1회 회원권은 한 가지 상품을 10일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료는 2만∼4만원이다.
이곳 관계자는 10일 “연말이 되면서 지난달에 비해 액세서리 대여가 3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의류 중에서는 드레스 대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마망로이스’‘안나드레스’‘대박가이’ 등 업체에서도 드레스, 액세서리, 가방 등을 대여해주고 있다.
코스파족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코너가 또 있다. 바로 ‘리퍼브 제품’이나 중고제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리퍼브 제품(refurbished product)은 ‘새로 꾸미다’라는 뜻의 리퍼비시(refurbish)에서 비롯된 말이다. 제조·유통 과정에서 생긴 흠결을 손질해 정품보다 싼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재공급하는 상품을 가리킨다. 포장용기에 흠집이 있거나 단순 변심으로 반품된 상품, 단종된 상품 등으로 사용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롯데홈쇼핑의 ‘창고털이’ 프로그램을 공략하면 ‘득템’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창고털이는 리퍼 전시상품과 TV홈쇼핑 방송종료 상품을 판매한다. 패션 의류, 잡화 슈즈, 명품 주얼리 코너 등으로 구성된다.
10일 현재 ‘오브엠’의 ‘깃털슈즈’를 6만8000원, ‘다니엘에스떼’의 ‘캐시미어 지블리노 머플러’를 5만8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G마켓의 전시제품 할인몰인 ‘에트란제’는 세계적인 주얼리 티파니앤코의 제품을 35%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옷은 중고 시장에 가장 많이 나오는 품목이다. ‘중고나라’ ‘애나스바자’ 등 소비자가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카페를 공략하는 것도 도움이 될 만하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큐딜리온 중고나라’에는 파티 드레스가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유승훈 중고나라 미디어 전략실장은 “드레스류는 한두 번 입어 대부분 리퍼브 상품 이상으로 깔끔하지만 대여료 수준에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