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지난 9일 ‘세 번의 S.O.S, 그리고 잔혹한 응답 - 한샘 성폭행 사건’을 조명하고 여러 기업에서 횡행한 회식 자리 성추행 사건을 고발했다.
모 회사서 2년 전 당했던 성추행 사건을 말한 A씨는 당시 상황을 제작진에게 상세히 설명했다. “회식을 했는데 1차 회식 때 제가 다음날 연차여서 그날은 제가 술을 좀 많이 마셨어요”라는 A씨는 2차로 옮긴 자리에서 술기운에 잠시 엎드려 잠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자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이렇게 만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라며 직장 상사가 허벅지 등을 만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어 이게 뭐지?’ 허벅지랑 이렇게 막 다리랑 주물럭 거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라는 A씨는 “막상 당해보니까 그냥 딱 몸이 굳고 ‘어떡하지, 어떡하지’ 생각만 들었어요”하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일을 당했을 땐 ‘하지 마세요’하면서 ‘손으로 치워라’라고 교육받지만 그게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상사 앞자리에 앉아 증거 사진을 촬영했던 직장 동료는 “왼손은 아래에 있고, 오른손으로만 잔을 받는 게 이상했다”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밑으로 내려 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너무 놀랐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동료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고 잔을 부딪칠 때마다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겼다고 한다. 방송에서 공개된 여러 장의 사진에는 회사 간부의 왼손이 피해 여직원의 허벅지에 위치해 있었다.
피해자 A씨는 “저희를 관리하는 부서의 부장이니까 ‘내가 이 사람한테 화를 내버리면 내가 회사에서 잘리지 않을까’ 아니면 ‘월급이 적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화장실 가는 척하며 그 자리를 피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목격자 동료는 당시 부장에게 곧바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목격자 동료는 “혹시 그 친구 건드셨냐고 물어보려고 해도 그 자리에서는 못 하겠더라”라며 “밉보일 수도 있으니까”라고 고백했다.
다음날 이 사건이 소문나자 회사 팀장은 피해자를 면담실로 불러 타일렀다. A씨는 팀장이 “왜 말 안 했어? 네가 말했으면 그 부장이 멈췄을 텐데”라며 “그거는 너에게도 좀 과실이 있다”고 되려 질책했다고 밝혔다. A씨는 “그 부장보다 그 팀장이 그렇게 얘기하는 게 너무 화가 났어요”라며 “난 피해자인데 왜 내가 이렇게 혼나고 있어야 되느냐”고 강조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