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주’를 만들겠다며 대낮 도심의 한 여자중학교 인근 공터에서 죽어있는 개를 토막낸 80대 노인들이 10일 경찰에 붙잡혔다. 이 장면을 목격한 한 여중생은 사건 당일 “제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며 청와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렸고, 10일 현재(오후2시 기준) 3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70세 남성 A씨와 76세 남성 B씨는 지난달 29일 낮 12시경 인천시 계양구 모 여자중학교 인근 공터에서 흉기를 들고 죽은 개의 사체를 토막내고 불을 붙였다. 당시 근처에 있던 여중생들은 이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변 CCTV를 확보해 신원을 파악한 뒤 조사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이웃 주민인 70대 여성 C씨에게 “죽은 개를 좀 잡아달라”는 부탁을 받아 범행을 저질렀다. C씨는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서 죽은 개를 가져다가 ‘개소주’를 만들어 먹으려고 이런 부탁을 했다.
경찰은 사망한 개가 주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적용해 이들 3명을 입건했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재산죄로, 점유가 이탈되었으나 타인 소유인 재물을 횡령하는 범죄다. 민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되기에 개 주인을 찾게 되면 이 죄가 적용된다. 개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경찰은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으로 죄명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살아있는 개를 죽인 게 아니어서 동물보호법 위반죄는 애초에 적용할 수 없었다”며 “관련자 조사는 모두 마쳤고 최종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 장면을 낱낱이 목격한 한 여중생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며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이날 “오늘 학교 점심시간에 급식실 앞 빌라에서 한 할아버지가 많은 학생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강아지를 아주 잔인하게 죽였습니다”라며 “그 사람은 죄 없는 강아지를 자신보다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마구 찌르고 토막내며 심지어는 불로 태웠습니다”하고 전했다.
강아지의 시체를 확인했다는 학생은 “시체는 토막 나서 머리가 없어지기까지 했고, 불에 타 털이 다 그을렸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잔인한 짓을 해놓고도 그 할아버지는 죄책감 하나 느끼지 못하고 달랑 헝겊 하나만 덮어두고 사라졌습니다”라며 “이 장면을 목격한 저를 비롯한 몇몇 학생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습니다”하고 적었다.
“그런데도 이 할아버지가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아직도 듣지 못했습니다”라는 여학생은 “끔찍하고도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강아지를 ‘살해’하고,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칼을 휘둘러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준 이 학대범이 꼭 법에 의해 정당하게 처벌받기를 간절히 원합니다”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 학대 처벌 법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힌 학생은 “학대범들은 약한 솜방망이 같은 동물보호법에 무서움을 모르고 여전히 동물 학대를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제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하여 동물 학대범들이 죄에 맞게 처벌받는 우리나라가 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라며 “동물 보호법을 강화해주실 것을 간절히 청원합니다”고 갈무리했다.
학생이 올린 국민청원은 이날 현재까지 3만3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는 국민 청원글이 올라온 뒤 1개월 안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이에 대한 공식 답변을 내놓는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