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강조한 DJ 앞에서까지 벌어진 국민의당 ‘내홍’

입력 2017-12-10 14:37
사진=뉴시스

생전 남북, 영호남 화합 등을 강조한 김대중 전 대통령 앞에서도 국민의당의 내홍이 여실히 드러났다. ‘친안(친안철수) 대 호남’으로 갈린 지지자 간에는 고성이 오갔고,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계란을 맞기도 했다. 남북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 등을 위해 헌신한 김 전 대통령을 기리려 올해 처음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시작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나왔다.

10일 전남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앞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 마라톤 대회’에는 김대중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이자 목포를 지역구로 둔 박 전 대표는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DJ의 3남인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마라톤 대회 개회식 때부터 안 대표 지지자와 반대파 사이에선 고성이 오갔다. 오전 9시30분쯤 한 중년 남성은 안 대표를 향해 “간신배 같은 안철수는 물러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욕 먹이지 말라”고 외쳤다. 그러자 안 대표를 지지하는 한 중년 여성은 안 대표와 대립 중인 박 전 대표를 향해 “간신배 박지원은 물러나라”고 소리치며 맞받아쳤다. 이에 주최 측이 이들을 제지하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박 전 대표는 오전 10시쯤 마라톤 대회에서 내빈들과 함께 출발선에 서 있다 오른쪽 어깨에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앞서 박 전 대표를 향해 고함을 친 여성이 던진 계란이었다. 이 여성은 광주 안철수연대 팬클럽 회장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수건으로 닦아내며 “괜찮다. 내가 맞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저는 아무런 상처도 없고 계란을 닦아낸 뒤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며 “그 여성분은 계란 투척 후 저에게 ‘박지원씨를 평소 존경했지만 최근 너무한 것 아니냐’는 말과 ‘비자금’ 운운했다지만 현재 그분이 목포경찰서에서 조사 중이기에 구체적 내용은 파악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소한 소란이 목포에서 발생한 데 대해 국민과 목포시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후 마라톤 대회는 별다른 차질 없이 진행됐지만,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를 놓고 양분된 국민의당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그 의미가 무색해졌다. 오랜 시간 ‘친안 대 호남중진’으로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커녕 갈등이 지지자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