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예술인으로 낙인찍혔던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가 MBC ‘이슈를 말한다’에 출연했다.
이날 조정래 작가는 “MBC는 오랜만이지 않냐”는 박경추 아나운서의 인사에 “거의 못 나왔다. 7~8년 동안”이라고 답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저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 빼고는 늘 블랙리스트였다. ‘태백산맥’ 출간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는 등 이미 ‘블랙리스트’로서 오랜 세월을 지나왔다. 개의치도 않았고, 글 쓰는 데 아무 지장도 없었다”고 의연하게 대담을 이어갔다.
조정래 작가는 “지난 정권에서 구체적 피해 사례를 말해달라”는 박경추 아나운서의 요청에 “피해로 따지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예정돼 있던 방송 출연이 아무 통보 없이 취소됐다. 또 교과서에 작품을 싣기로 하고 계약했지만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9년 동안 겪었던 블랙리스트 예술인으로서의 겪었던 일련의 일들을 털어 놓으며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붙인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야만”이라고 정의했다.
‘태백산맥’과 ‘아리랑’ ‘한강’ 등 대표작을 통해 어떤 역사 교과서보다도 생생하게 우리 근현대사 속 민초들의 삶을 그려냈다는 박경추 아나운서의 질문에 “소설은 허구이되, 인간 사회의 불의와 정의를 구분해야 하고, 불의 한 것에 대해서 끝없이 계양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주어진다. 그다음에 모든 예술 작품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불행에 대하여 대신 이야기해야 하고, 그 문제를 풀어서 행복으로 옮겨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들어 있다. 그러므로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예술 작품은 예술작품일 수가 없다는 것이 절대적인 정의이다. 거기에 대해서 충실하고자 했다”고 소설가로서의 철학을 밝혔다.
또한 작품 속에서 ‘기자’를 직업으로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서 조 작가는 ‘기자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표현하며 “촛불 집회를 일으켰던 국민의 힘이고, 그 촛불 저항이 없었다면, 오늘의 MBC의 부활의 시작점은 없었을 것이다. MBC의 정상화와 새로운 도약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가장 열심히 읽어주는 열독자이자 최초의 독자인 부인 김초혜씨에 대해 “50년간 노예로 살고 있다”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