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소속 5개국 대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독일 대사들은 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서 발표한 공동 선언문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기로 결정한 미국의 결정과 텔아비브에 있는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준비에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미국의 결정이 안보리 결의와 반하고 지역 평화의 전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영토로 간주한다”며 “예루살렘 수도 결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협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EU의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예루살렘은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수도여야 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협상을 통한 결정이 이뤄지는) 그때까지 EU 5개국은 예루살렘에 대한 어떤 나라의 통치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의했다.
이와함께 EU 5개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2개국 해법’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 이들 대표는 선언문에서 “미국 행정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라 촉구한다”고 밝혔다. EU 5개국 대표들은 또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지역 내 모든 이해관계국들에도 현 불안 상황을 감안해 침착하게 협력하라고 요구키도 했다.
예루살렘 전체를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이곳으로 이전하겠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다만 그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먼저 추진하겠다며 공약 실천을 보류했다.
미 의회가 1995년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의결했지만 역대 미 대통령들은 국가안보상의 이유로 매번 ‘6개월 유예’ 행정명령을 발동해 이전을 계속 연기해 왔다. 지난 6월 유예 행정명령에 서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일 또다시 이전 연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대사관 이전은 장기적 과제로 추진하면서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먼저 단행할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예루살렘에 관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이·팔 평화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등 이 지역에서 상당한 역풍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미국의 동맹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대사관 이전은 예루살렘과 다른 아랍 도시에서 폭력시위를 촉발할 것”이라며 수차례 미국 측에 이전 불가 입장을 밝혔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 가자지구를 불법 점유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지역 분쟁 해결방안으로 이·팔 두 독립국가의 평화공존 체제를 수립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두 당사자가 좋아하는 해법을 좋아한다”며 두 국가 해법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