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17억원에 전 구단 영입전
오타니, 30개 구단 상대 서류심사
중·서부 7개구단 추려 최종면접
日 특급스타에 끌려가는 모양새
“우리가 이러려고 구단을 경영하고 있나.”
내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일본 특급 스타 오타니 쇼헤이(23) 영입과정에 대해 일부 구단들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구단과 선수 간 전통적 갑을관계가 뒤바뀌며 일방적으로 오타니에게 끌려가는 모양새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어슬레틱은 8일(한국시간) “일부 메이저리그 고위 관계자들이 오타니의 의사결정 과정에 화가 나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오타니의 최종 선택지에서 배제된 동부 구단이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 동부 지역 구단 관계자는 “오타니에게 할 발표를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자괴감이 든다”고도 했다.
투타 모두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는 오타니는 몸값이 낮아 많은 구단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야구 포스팅 협정에 따라 오타니를 영입하는 구단은 이적료로 최대 2000만 달러(217억원)만 내면 된다. 이는 일본인 다르빗슈의 포스팅 금액(5170만 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류현진(2573만 달러)보다도 작다. 여기에 25세 미만 외국인 선수에 한해 연봉과 계약금 액수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오타니는 내년 최저 연봉(54만5000달러)밖에 받을 수 없다. 사실상 헐값에 거의 모든 빅리그 구단들이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통적으로 ‘구단 갑, 선수 을’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오타니는 포스팅을 신청하기 전부터 30개 구단을 상대로 일종의 ‘숙제’를 냈다. 선수가 일종의 ‘서류 심사’를 한 것이다. 포스팅이 시작된 후 오타니는 30개 구단 중 중·서부 7개 구단을 추려 최종 면접을 실시했다. 이들 7개 구단도 ’혹시 오타니가 이미 갈 구단을 선정해 놓은 것 아니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지 않을까’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 스포츠는 오타니 영입전에 뛰어든 구단들이 무력감을 표출하는 것에 대해 “신인 드래프트에서와는 다르게 자신이 선수들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