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근혜 파면' 결정후 꿀 선물 받았던 헌재가 한 일

입력 2017-12-08 21:33
게티이미지뱅크


탄핵심판 재판부에 존경·감사
해외동포, 꿀 8박스 보내
재판관에 “피로 푸시라” 선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흘 뒤인 지난 3월 13일, 헌법재판소에는 호주에 거주하는 한 50대 남성 동포의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남성은 “재판부에 존경과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재판관들에게 소정의 선물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헌재가 “감사의 마음만 받겠다”며 거듭 만류했지만 이 남성은 “이미 우편 발송을 했다”고 답변했다.

얼마 후 헌재에는 8명의 헌법재판관 앞으로 각각 꿀·바디크림·치약 3종의 물품이 담긴 박스 8개가 택배로 도착했다. 보낸 이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한 비영리 민간단체의 이름으로 돼 있었다. 헌재가 알아보니 당시 전화를 걸었던 남성이 통관 문제 등으로 직접 보내지 못하고, 국내의 시민단체를 통해 보낸 것이었다. 시민단체는 배송 편의 도움만 준 것이라고 했다.

각각의 박스에는 이 해외동포가 작성한 편지가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 남성은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단추가 채워졌다”고 편지에 적었다. 그는 “5000만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받은 과로에서 회복하시기를 바란다”며 생활용품으로 이뤄진 선물의 의미를 밝혔다.

선물을 받은 헌재는 고심했다.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하는 방법, 반송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선물을 받아도 되는지 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권익위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선물로 보기 어렵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반송을 안 해도 된다”고 회신했다. 똑같은 선물 박스 하나하나에는 물품들의 구입가액 영수증이 들어 있었는데, 2만원가량이었다고 한다. 반송한다면 성의를 무시한다는 오해가 우려된다는 게 헌재의 최종 판단이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