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당이 연애당?…남녀 교제 어쩌나

입력 2017-12-08 15:34
#교회 학생회 임원인 김모(17)군은 엄청 기분이 상했다. 학교 친구들에게 “여자 만나러 교회 가느냐”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야”라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지만 왠지 꺼림칙했다. 김군은 주일날 교회에 예배드리러 가는 건지, 아니면 좋아하는 여자를 보러가는 건지 헷갈린다. 죄책감까지 든다.

#서울 종로구 U교회 조모(51) 목사는 교회연애 찬성론자였다. 결혼하는 상대방의 신앙이나 사람 됨됨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라는 생각에서다. 사랑한다며 서로 아껴주는 청년들이 예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 목사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목회현장에서 청년들이 교제하다 불편하게(?) 헤어지면 교회를 옮기기 일쑤였다. 심지어 아예 교회에 나오지 않는 청년도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조 목사에게 이제 교회연애는 금지 대상이다.


사람들이 교회를 ‘연애당’이라고 부른다. 교회에서 연애하는 사람들이 실제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27∼12월 7일 미션라이프 페이스북,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해 교회 내 연애가 바람직한지 물었다.

미션라이프 페이스북 친구들은 찬성 의견이 많았다. 찬성론자들은 “교회에서 이성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건전한 교제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교회는 신성한 곳이다. 하나님보다 연애가 중심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페친 추헌영씨는 교회연애를 적극 찬성했다. 추씨는 “회사 지인도 교회에서 연애해 결혼까지 갔고 지금 정말 아름답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신광인씨는 “일반사람들이 교회를 연애당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만큼 교회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고 사랑이 있는 곳임을 인정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김동조씨도 “교회에 다닌다 해도 100% 신실한 크리스천을 만나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세상 사람보다는 교회 지체가 훨씬 신앙적으로 여러 면에서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남편이 ‘교회오빠’라고 밝힌 양선진씨는 “주님 안에서 진실된 사랑을 하고 서로 아끼면서 연애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썼다.

다만 교회연애에 대한 주의사항이 잇따랐다. 건전한 교제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동조씨는 “무엇보다 교제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지혜로운 교제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한용씨는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교회 연인들에게 일침을 놨다. 이씨는 “나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이 시험에 들지 않나 고민해야 한다. 연애하되 그 중심이 사람인지, 하나님인지 성경적 연애관을 더하면 참된 연애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교회연애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장희준씨는 “연애 잘하는 청년도 있지만 서로 헤어지고, 교회 안 나오고 별별 소문이 나돈다.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물질적이거나 육체적인 연애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임동섭씨는 “결혼도 안 했는데 성관계, 동거까지 가는 커플은 정말 문제다. 성관계는 결혼하고 나서 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하나님 말씀 안에서 건전한 연애 및 결혼 모델을 만들어 교육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경적인 성에 대한 이해와 건강한 이성교제, 부부생활, 자녀교육 등에 대한 교육 및 실천 프로그램의 개발과 보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두상달 가정문화원 이사장은 “진정한 교회연애는 하나님이 짝지어 주심에 대한 감사와 두 사람이 한 몸을 이루는 인격적인 연합에 그 의미를 두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효상 교회건강연구원장은 “교회연애는 쉬쉬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잘못됨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크리스천이 믿고 살아가야 할 성경적 성과 결혼에 대한 이해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