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대 9만5000원에 갈린 판단… 이영렬 왜 무죄 받았나

입력 2017-12-08 12:42 수정 2017-12-08 12:43

국정농단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8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 간부들에게 돈봉투를 건네고, 만찬 식대를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것은 청탁금지법상 처벌 예외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109만5000원 vs 100만원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에게 제공한 금품 가운데 만찬 식대 9만5000원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전 지검장이 이들의 상급자에 해당된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과 만찬을 함께 한 법무부 파견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조직체의 일원”이라며 “직무상 상하관계로 처벌 예외사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①검찰청법 규정상 검사는 1년 주기로 인사이동을 하고 ②정무조직상 검찰청은 법무부장관 소속인데 법무부 검사들이 일선 검사를 겸직하는 점 ③법무부와 소속기관 직제상 법무부 검찰국은 검찰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 ④만찬에 참석한 과장 2명이 이 전 지검장을 직무상 상급자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당초 검찰은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없어 상급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국 검사들에게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9만5000원짜리 식사를 제공했기 때문에 1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이 만찬 비용을 낸 것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위로·격려한 것이어서 법상 예외사항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만찬 경위와 시기, 장소, 비용 등을 보면 피고인이 검찰국 검사에게 위로와 격려 목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 “금전 100만원은 형사처벌 대상 아니다”

재판부는 이 전 지검장이 건넨 100만원 상당의 돈봉투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음식물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 피고인이 제공한 금전은 액수가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탁금지법 8조1항은 금품수수 금지 기준에 대해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 초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수수금지 관련 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청탁금지법 23조5항 해당여부 문제는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지검장은 무죄 판결이 나오자 “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 4월 21일 서울 서초구 한 식당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 간부들을 데리고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 자리에서 검찰국 검사 2명에게 각각 1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1인당 9만5000원짜리 식사비를 내는 등 109만5000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