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국민의당, 또 ‘악재’… ‘박주원 허위제보’ 의혹

입력 2017-12-08 10:12

국민의당은 창당 이후 여러 차례 풍파를 겪었다. 특히 지난 대선이 끝난 뒤에는 법률적인 문제까지 잇따라 불거지며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지지율은 바닥으로 추락했고, 이를 돌파하려 내세운 ‘통합론’은 당 내홍으로 이어졌다.

이런 터에 또 악재가 터졌다. 박주원 최고위원이 200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제보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것도 안철수 대표가 호남 민심을 붙잡기 위해 ‘김대중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러 떠나기 직전에 불거졌다.

◇ “허위로 판명된 ‘DJ 100억 CD’ 의혹 제보자, 박주원”


경향신문은 8일 이명박정부 출범 초인 2008년 국회에서 불거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10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 의혹의 제보자가 박주원 국민의당 최고위원(59)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제기했고, 검찰이 오랜 수사 끝에 허위사실로 종결한 이 사건의 제보자가 현재 국민의당 최고위원이란 것이다.

경향신문은 사정당국 관계자를 인용했다. 이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이 100억원짜리 CD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주성영 당시 의원에게 제보한 사람은 박주원 최고위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최고위원은 대검 정보기획관실 정보관으로 일하면서 얻은 정보라며 CD 사본과 모 은행 발행확인서 등의 자료를 주 의원에게 건넸다”고 덧붙였다.

당시 주성영 의원이 이 제보를 토대로 국정감사에서 ‘DJ 비자금’ 의혹을 제기한 2008년 10월은 국세청이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인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 세무조사를 한창 진행하던 때였다. 당시 김 전 대통령 측은 명예훼손 혐의로 주 의원을 고소했다. 이듬해 2월 대검 중앙수사부는 ‘100억원 CD는 김 전 대통령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결론 냈고, 2010년 9월 주 의원은 벌금 300만원형이 확정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주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제보자를 함구하다 2010년 비리 혐의로 구속된 박주원 당시 안산시장을 찾아가 사정 얘기를 한 후 검찰에 제보자를 밝혔다”고 말했다. 박주원 최고위원은 주 의원에게 제보한 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안산시장에 당선됐다.


◇ 안철수 “사실이라면 상응한 조치 뒤따라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8일 박주원 최고위원 문제와 관련해 "사실이라면 그에 상응한 조치가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그는 "사안의 성격이 공소시효가 지난 이야기지만 덮어둘 수 없는 일이라 본다"며 "사실관계를 분명히 따져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음해인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충격’이란 반응과 함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경환 의원은 박주원 최고위원을 향해 "불법 정치공작에 가담한 경유를 밝히고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SNS를 통해 "박 최고위원은 어디서 그 정보를 얻었고 어떤 의도로 주성영 의원에게 알려줬는지 밝혀야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현재도 이런 가짜뉴스(100억 CD)로 고인의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고 있으며 유족은 물론 측근들에게도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검찰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조사해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당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법사위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사실(DJ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바가 있다"며 "이에 김대중평화센터는 비자금에 대한 가짜뉴스가 많아 검찰에 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도 현 박주원 최고위원의 제보라는 풍문이 있었지만 저는 당시 박 최고위원을 몰랐기 때문에 확인한 바는 없고 검찰의 수사에 맡겼다"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