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두 달 앞두고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동계스포츠 강국 러시아의 출전을 금지한 충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개인 출전” 방침이 확인되며 안도로 바뀌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미국 정부에서 북핵 리스크에 따른 “평창올림픽 참가 미정” 발언이 나왔다.
‘미국 불참’은 평창올림픽에 러시아 도핑스캔들보다 더 큰 타격이 될 게 분명한 사건이다. 스포츠 대회의 파행을 넘어 한반도 정세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가 ‘패닉’에 빠질 뻔한 상황은 미국 백악관의 다급한 ‘수습’을 통해 가까스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백악관은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발언으로 촉발된 ‘평창 불참’ 가능성과 관련해 7일(현지시간) “평창올림픽 참가를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올림픽위원회(USOC)도 성명을 내고 "내년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참가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 푸틴 ‘결단’에 “최악은 피했다” 했는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선수들에게 평창올림픽 개인 자격 참가를 허용하자 청와대와 정부는 7일 공개적으로 환영 의사를 밝혔다. 또 러시아 선수 개개인의 적극적인 올림픽 참여를 독려했다.
청와대는 푸틴 대통령의 결단에 대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동계올림픽 강국인 러시아의 출전을 금지해 염려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도 최악은 피했다. IOC와 협력해 러시아 선수들이 모두 동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잇단 성명을 내고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확고한 지원 입장을 내비쳤다. 문체부는 ‘푸틴 대통령의 올림픽 참가 관련 발언에 대한 입장’ 성명을 통해 “정부는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한다면 국가 차원의 선수단으로 참여하는 것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체부는 IOC의 러시아 도핑 제재와 관련해서는 “IOC 결정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도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한국과 러시아 간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많은 러시아 선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언급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수들에게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도록 허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평창으로부터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보고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덧붙이고 싶다. (성공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평창올림픽을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성화가 한국에 도착한 이후 티켓 판매가 세 배로 늘었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크리스토프 두비 IOC 수석국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올림픽 준비가 잘되고 있다”며 “현재 입장권 판매율은 55%에 달한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까지 90%가 팔리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헤일리의 폭탄 발언… 백악관·국무부 ‘수습’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폭탄 발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왔다. 헤일리 대사는 북핵 위협 상황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미국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결정되지 않은 문제(an open question)”라고 답변했다.
그는 “북한 상황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이 미국 선수들의 안전을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선수단의 동계올림픽 참가가 완전히 합의된 것이냐는 후속 질문에 “미정인 문제가 있다. 나는 그것에 대해 아무 것도 듣지 못했지만, 예루살렘이든 북한이든 그 지역의 미국 시민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이 발언의 의미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할지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결정은 올림픽 개막이 가까워지면 내려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목표는 그렇게 하는 것이지만, 결정은 그 때와 가까운 날에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더스는 정례브리핑 직후 트위터를 통해 부연설명을 보탰다. 브리핑 발언의 파장을 인식한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길 기대하고 있다"며 "미국인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최우선 순위이다. 우리는 장소의 안전성을 위해 한국과 다른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위원회는 내부적으로나 정부기관들과 함께 내년 올림픽에 선수단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참가 입장을 밝혔다. USOC가 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헤일리 대사의 ‘참가 미정’ 발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국무부도 헤더 노어트 대변인 브리핑에서 "한국은 1988년 올림픽을 포함, 많은 주요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우리는 한국과 오랫동안에 걸쳐 성공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안전하고 성공적인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헌신을 확신하며, 우리는 그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노어트 대변인은 ‘참가 여부를 정확히 말해 달라'는 질문에 "우리는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일원이 되기를 고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민의 안전이 우리가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문제"라며 "어느 지역에서든, 무슨 이유에서 미국민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판단된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