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대신 ‘빚’만 진 청년들…3000만원 빚 안고 사회 첫발

입력 2017-12-08 07:08
사진=방송화면 캡처

신한銀 ‘보통사람 금융생활’


평균 1.1년 취업 준비

공시생 633만원 써

알바·친인척 통해 마련

사회초년생 47% 빚 있어



창업에 평균 8148만원 투자

5∼7년 경단녀 월급 반토막

자녀1명 月사교육비 33만원

미취학 75%가 사교육 받아



직장인 A씨는 취업준비에 1년 넘게 시간을 투자했다. 자격증이나 어학시험 등 취업준비를 위해서만 384만원을 썼다. 매달 29만원씩 쓴 셈이다.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돈은 항상 부족했다. 원룸 보증금 외에도 부모님께 매달 15만원 정도 용돈을 받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통장을 열어보니 3000만원의 대출이 있었다. 학자금대출과 생활비를 위해 빌린 신용대출이었다.



신한은행이 7일 공개한 ‘2018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나타난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 1인 가구의 평균적인 삶이다. A씨는 빅데이터를 토대로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하지만 낯설지 않다.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보통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는 지난 9월부터 지난달까지 만 20∼64세 금융소비자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준비생들은 평균 1.1년의 취업준비 기간을 갖는다. 생활비와 주거비를 제외한 취업준비 비용은 평균 384만원이다. 공무원 준비생은 633만원, 전문직 준비생은 480만원을 썼다. 주로 자격증(52%·복수응답) 어학시험(32%) 인터넷강의(26%) 등에 사용했다. 취업준비 비용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59%·복수응답) 가족·친지의 도움(58%)을 받아 마련했다.

직장생활을 시작해도 돈에 치였다. 경력 3년이 채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의 47%가 빚이 있었다. 대출 잔액은 평균 2959만원으로 주로 학자금 대출(21%·복수응답)이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전월세자금대출(각각 8%)이 뒤를 이었다. 사회초년생들은 생활비(40%·복수응답)와 자동차·가전·가구 등 내구재 구입(19%), 기존 대출금 상환(18%)을 위해 신용대출을 받았다. 빚을 갚으려면 못해도 4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회초년생의 84%는 현재 연봉보다 30%(약 695만원)를 더 받는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창업도 녹록지 않다. 최근 3년 이내 창업한 자영업자는 평균 8148만원을 투자했다. 준비 기간은 1년 미만이 80%에 달했다. 창업 평균 연령은 44세로, 창업자의 22%(복수응답)는 가족 및 친지의 지원을 받았고, 21%는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았다.

혼자 살기도, 맞벌이도 쉽지 않다. 1인 가구는 독립하는 데 평균 3143만원을 썼다. 90%는 주거비용으로 사용했다. 주로 가족·친지의 도움을 받거나(49%·복수응답) 금융상품을 해약(35%)해 마련했다. ‘경단녀’(경력단절여성)들은 경제적인 이유(27%)나 노후 대비(20%)를 이유로 맞벌이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를 받았다. 경력단절이 없는 30, 40대 여성이 월평균 274만원을 받았는데,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경력단절이 생기면 평균급여가 245만원으로 줄었다. 5년 이상 7년 미만의 경력단절 30, 40대 여성의 월급은 평균 143만원까지 떨어졌다.

자녀교육엔 여전히 목을 맸다. 자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원이다. 미취학 아동의 75%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자녀가 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사교육비는 껑충 뛰었는데 그 폭은 초등학교 진학 시(1.7배) 가장 컸다. 사교육비 지출은 지역별로도 차이가 컸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원으로 강북(37만원)보다 13만원이나 많았다. 특히 영·유아(1.8배)와 고등학생(1.6배)의 사교육비 차이가 두드러졌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