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특성화고 이민호군 눈물의 영결식

입력 2017-12-07 09:29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이민호군의 영결식이 6일 오전 이군의 모교인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에서 엄수됐다. 이군의 영정 앞에서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분향하고 있다. 뉴시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슬프지 않고 차갑지 않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자. 영원히 잊지 않을게….”

산업체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숨진 고(故) 이민호군의 영결식이 6일 오전 9시 이군의 모교인 서귀포산업과학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장(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장례위원장인 이석문 교육감과 장례위원, 학교 관계자와 이군의 친구·후배, 원희룡 제주지사, 도내 특성화고 교장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모인 이군의 학교 친구·후배들은 왼쪽 가슴에 검은 리본을 달고 영결식 시작 30분 전부터 학교 정문에서 체육관까지의 길을 가득 메웠다. 영구차가 학교에 도착하자 이군의 친구들이 고인을 운구해 영결식장에 안치했고, 이군의 형이 침통한 표정으로 영정을 들었다. 운구 행렬을 뒤따른 이군의 부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군의 시신은 화장돼 제주양지공원에 안치됐다.

영결식에서 친구를 대표해 고별사를 한 강진우(18)군은 “결석 한번 없이 학교생활을 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다짐하던 민호야, 너를 안타깝게 떠나보내야 하는 이 순간이 믿기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이 교육감은 조사를 통해 “어른들의 왜곡된 욕망과 이기심이 꽃다운 삶을 저물게 했다. 지금도 후회와 자책을 지울 길이 없다”며 “사력을 다해 아이들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펼쳐 보이겠다. 하늘에서 우리의 노력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추도사에서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만이 고인을 편히 보내드리는 길이라 믿는다”며 “모든 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군은 지난달 9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음료제조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기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제품 적재기에 눌려 목과 가슴 등에 큰 부상을 입었고 열흘 뒤인 19일 숨졌다.

이군의 사고 이후 특성화 고교생 현장실습의 안전문제와 해당 기업과 교육당국의 실습생 관리, 현장실습 제도의 문제점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번져갔다. 정부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학습형 현장실습으로의 제도개선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현장실습 의무기간은 폐지되며, 종전 6개월이던 실습기간은 3개월로 단축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해당 기업의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했고,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검찰에 기업 대표 등 관계자 3명을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