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통과 직후… “지역구 예산 확보했다” 자랑

입력 2017-12-07 09:20

여야 의원들이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직후부터 자신이 확보한 지역구 예산 홍보에 나서고 있다. 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홍보 행렬에 동참했다.

의원들은 6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자신의 활약상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일제히 배포했다. 예산 심사를 담당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결위 활동 성공적 마무리’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지역구인 충남 당진의 현안을 위한 예산 확보에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어 의원은 서해선 복선전철 건설비 663억원 등 수백억원의 지역구 예산 확보를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같은 당 이개호 의원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광주~완주 고속도로는 당초 정부가 455억원을 편성했지만 무려 1000억원을 증액했다”며 김태년 정책위의장에게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했다.

5일 밤 본회의장에서 ‘밀실 야합’이라며 예산안 처리를 강하게 반대하던 한국당 의원들은 날이 밝자 태도가 바뀌었다. 6일 오전부터 자신이 따낸 지역구 예산 규모를 홍보하기에 바빴다. 인천 연수구가 지역구인 민경욱 한국당 의원은 인천 지역 철도 예산 등 513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당초 증액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인천발 KTX 직결 사업의 경우 예결위에서 100억원이 증액됐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국회 예결위 소속이다. 한 중진 의원은 “언론이 ‘쪽지 예산’이라며 비판해도 의원들이 이를 별로 싫어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은 심지어 예산안 처리 여부조차 불확실한 5일 오후 6시46분 “지역 숙원사업에 국비 8억원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대신 예산안이 통과될 때까지 보도하지 말아달라며 ‘엠바고’까지 요청했다. ‘예산안 반대’를 외치는 동시에 홍보를 준비하고 있던 셈이다.

지역구 출마를 생각하고 있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사전 홍보’에 나섰다. 충북 청주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은 “직지코리아 페스티벌에 18억원, 청주 도로확장 공사에 5억원이 증액됐다. 국회 예결위 간사 등에게 지원을 적극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국회 관련 예산도 67억원 정도 늘었다. 의사국 운영비가 91억 정도 삭감됐지만 신설되는 8급 비서 채용 예산(88억)과 국회미래연구원 설립 예산(39억) 등 158억원 정도가 심사 과정에서 늘었다.

반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을 많이 챙기지 못한 의원들은 울상이다. 한 의원은 “결국 원내 지도부와 예결위원들, 또 그들과 가까운 ‘힘 있는 사람’들이 지역구 예산을 다 챙겨갔다”면서 “힘없고 ‘백’ 없는 의원은 지역구 예산도 없다”고 토로했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며칠 되지도 않는 예산안 증액심사 기간 기록이 남지 않는 소소위에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증액시키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며 “지역구 예산을 늘리려고 정부 예산을 삭감하는 식으로 국회의 예산 심사가 변질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