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접경 지역인 중국 지린성의 관영 매체 길림일보가 6일자 5면 전면에 ‘핵무기 상식 및 대응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접경 주민들에게 핵 공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대응 방법을 자세히 소개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핵재앙에 대한 중국 당국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마침 미국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의 일환으로 한반도 상공을 비행했다. 북한은 훈련에 앞서 “위험천만한 핵도박을 벌려놓고 있다” “첨예한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핵전쟁 국면으로 몰아가는 엄중한 도발이다” “순간에 핵전쟁의 불집을 터뜨리는 뇌관으로 될 수 있다”며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2개월 동안 한반도에서 비교적 평온했는데 다시 긴장이 고조돼 유감스럽다”고 밝히기도 했다.
길림일보는 기사에서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1945년 히로시마 등에 원자폭탄을 투하해 7만명 이상이 사망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핵무기의 위력과 작동 방식, 피폭 시 대응 요령 등을 만화형식의 삽화와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
지린성은 북한과 1200km의 국경을 접하고 있고, 북한의 핵실험장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와 인접해 있다. 길림일보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 오염 대응 요령을 보도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핵무기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북한은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은 한국과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중국은 국민들에게 핵무기에 대한 좀더 깊은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길림일보 보도의 필요성과 시의적절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SNS에는 길림일보 기사를 링크한 게시물과 함께 한반도 전쟁에 대해 우려하는 글이 확산됐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별도의 긴급 사설을 통해 민심 안정에 나섰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북한과 인접해 있다는 지린성의 지리적 특성을 언급, “이 지역에서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더 민감할 수밖에 없고 이런 현상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핵무기 관련 지식에 대한 보도는 매우 필요한 것”이라며 “보도 내용 역시 지린성에서 제공한 정상적인 국방교육 내용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한반도 상황에 대해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고 충분한 대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과 북한의 공격은 한국과 미국, 일본을 향하고 있지 중국이 직접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북한 접경 주민들은 핵재앙에 대한 우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단둥에 사는 한 주민은 “지금 상황이 평온한 듯 보이지만 북한 핵실험장이 단둥 바로 인근에 있다”면서 “가끔 북한 쪽 하늘을 보곤하지만 핵 버섯 구름인지 그냥 안개인지 누가 알 수 있느냐”고 말했다.
지린대 한반도 전문가인 왕성은 “길림일보는 중국 동북 지역 사람들에게 재앙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우려와 분노 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