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 상습적으로 단체 이름과 행사목적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공공시설을 대여하고 있는 실태가 드러났다. 관련 기관은 뒤늦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행사 당일 신천지 피해자들과의 충돌 가능성을 고려해 사용허가를 취소했다. 신천지가 공공시설 대여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태가 반복돼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는 오는 10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신천지 시온선교센터 요한지파 수료식’이라는 신천지 내부행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장충체육관 측에서 안전 문제를 근거로 이용 허가를 취소한 사실을 6일 확인했다.
신천지는 당초 실제 행사 내용과는 달리 ‘솔벗자원봉사회 수료식’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설공단에 시설이용을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솔벗자원봉사회는 신천지 산하 봉사단체로 시온선교센터와는 별개의 조직이다.
서울시설공단과 장충체육관 관계자는 뒤늦게 이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충체육관 측은 행사 당일 신천지 피해자들과의 마찰을 우려해 장소 대여를 취소했다.
장충체육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신청서에는 솔벗자원봉사회라고만 나와 있어 신천지 관련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관심사위원회는 행사 주체 여부와는 무관하게 안전 문제를 감안해 이용허가를 취소했다”며 “신천지 피해자 시위가 체육관 앞에 당일 신고돼 있어 물리적 충돌 가능성 등 안전상의 위험 요소가 크다고 봤다”고 전했다.
앞서 신천지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도 신고된 내용과는 다른 성격의 행사()를 치렀다. 실제로는 신천지 교육수료식을 진행했으나 이용 신청서에는 ‘서울교회 자원봉사 수료식’으로 표기해 서울광장 대관 담당공무원은 행사 주체가 신천지라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홍연호 대표는 “신천지가 행사 내용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시설 이용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시설공단 측에 항의 공문을 보냈고 행사 당일 체육관 앞에 시위 신고를 했다”며 “신천지가 이 같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인 진용식 목사는 “절차를 지켜 단체명과 행사목적을 제대로 밝히고 시설 신청을 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신천지가 반복해서 실제행사 내용과 다르게 공공시설 이용을 신청하는 만큼 관련 기관의 이용허가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