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석방→법정구속…‘징역 2년 6개월’ 장시호의 파란만장한 1년

입력 2017-12-06 16:13 수정 2017-12-06 16:15


삼성그룹 등을 압박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거액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시호(38)씨가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검찰이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다른 국정농단 피고인과는 다르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것보다 형량이 늘어났다.

◇재판부 “죄질 중해 상응하는 책임 물어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6일 장씨와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장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차관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영재센터가 최씨의 사익추구 용도였다고 해도 범행으로 보면 가장 이득을 많이 본 사람은 센터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자금을 관리한 피고인”이라며 “피고인의 강요와 사기범행에 따른 피해금액이 20억원을 넘는 거액인 점을 감안하면 수사에 협조한 점을 감안해도 죄가 대단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이모인 최순실(61)씨, 김 전 차관과 공모해 자신이 운영하는 영재센터에 삼성전자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후원금 약 18억원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영재센터 자금 3억여원을 횡령하고, 국가보조금 7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특검 ‘특급 도우미’로 주목받은 장시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17일 검찰은 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 사장을 소환 조사한 뒤 다음날 자금횡령 등의 혐의로 장씨를 긴급체포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장씨는 지난해 12월 8일 재판에 넘겨졌다.

장씨는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국정농단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특급 도우미’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지난 1월 장씨가 최씨 소유의 ‘제2의 태블릿PC’를 특검팀에 제공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 특검팀은 장씨가 제출한 태블릿PC에서 최씨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 내용을 포함해 대통령 수석비서관 회의 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자료 수정본 등 핵심증거물을 확보했다.

장씨는 또 특검 조사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차명 휴대전화로 570여 차례 통화한 일과 관련해 결정적 진술도 했다. 특검팀은 이를 바탕으로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등과 긴밀하게 연락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장씨가 수사에 협조한 사실을 감안해 구속기간 6개월이 만료된 후 장씨를 추가 기소하지 않았고, 장씨는 지난 6월 8일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최씨나 김 전 차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 다른 국정농단 주역들이 재판 도중 추가 기소돼 구속기간이 연장된 것과는 달랐다.

검찰은 지난달 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내밀한 관계를 매우 상세히 진술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기여한 점을 참작했다”며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석방 6개월 만에 다시 수감자 신세

하지만 재판부는 장씨가 국정농단의 수혜자라는 점을 감안해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장씨는 지난달 결심공판에서도 최후변론을 통해 “잘못한 것 너무 잘 안다”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의 단호한 판결에 장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재판부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어 “아이와 현재 둘이 지내고 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제가 아이를 두고 어딜 도주하겠나. 검찰에 협조한 것과 그동안 재판에 성실히 임한 것을 감안해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유죄로 인정한 범죄사실로 다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