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자 처벌 강화 재심은 불가능”
청와대가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둔 흉악범 조두순에 대한 재심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에 대해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특정지역과 장소에 대한 출입금지 조치 등을 통해 조두순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6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두순 출소 반대 및 주취감경(음주 시 감형) 폐지 청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조 수석은 재심을 통해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재심은 유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가 알고보니 무죄거나, 죄가 가볍다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된 경우 등 처벌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수석은 그러면서 “청원 내용처럼 조두순 처벌을 강화해 무기징역으로 해달라는 재심 청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다만 조두순 출소에 대한 국민적 분노에 깊이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어떻게 이런 잔혹한 범죄에 12년형만 선고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며 “당시 수사담당 검사가 성폭력특별법이 아니라 형법을 적용하는 오류를 범했고, 법원은 무기징역과 유기징역 중 무기징역형을 선택하고서도 조두순이 범행 당시 만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걸 인정해 12년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고 (검찰이) 항소했더라도 당시 형법상 유기징역형 상한이 15년이었다”며 “성폭력 사건에서 무기징역형 선고가 거의 없었던 실무 관행을 감안하면 판결이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청와대는 재심 대신 현행 법체계 내에서 조두순에 대한 관리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조 수석은 “조두순은 징역 12년에 더해 전자발찌를 7년간 부착하고, 5년간 신상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며 ”특정지역 및 장소 출입금지와 주거지역 제한, 피해자 등 특정인 접근금지가 가능하다. 필요한 경우 전자발찌 부착기간을 계속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중요범죄자에게는 전담 보호관찰관이 지정돼 1대 1로 24시간 전담관리하는 제도가 있다”며 “(조두순이) 영구 격리되는 것은 아니지만 관리는 이뤄질 것이다.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했다.
조두순은 2008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 나영이(가명)를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한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다.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두고 피해자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두순 재심을 요구하는 청원 동의가 61만5000건을 넘어섰다.
◇ 靑 “음주, 심신장애서 제외하는 입법 논의 시작”
청와대는 21만6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국민청원 ‘주취감경 폐지’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이 청원은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을 경우 형이 줄어드는 것을 막아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두순 사건과도 관련돼 있다. 조두순이 끔찍한 아동성폭행 범죄를 저지르고도 12년형만 받은 것은 범행 당시 만취상태였다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형법 10조 2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수석은 조두순 사건 이후 성범죄자에 대한 주최감경 적용이 엄격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두순 사건은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는 게 인정됐지만 이 문제 때문에 성폭력 특례법이 강화됐다”며 “음주나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범죄를 범한 경우 감경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3월에는 음주나 약물로 인한 만취상태에서 성범죄를 범한 경우 양형을 강화했다”며 “의도적으로 감형을 노리고 만취상태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면 오히려 형이 가중되는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음주를 심신미약 요건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조 수석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의로 음주 등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범죄행위는 감형할 수 없도록 한 형법 개정안을 12월 4일 발의했다”며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아동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관련해서는 “피해아동·청소년 치료프로그램, 성폭력피해상담소 보호비용 지원, 피해자나 가족에 대한 취업지원 등 정부 역할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