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소련은 강아지 ‘라이카’를 우주로 보냈다. 미국은 1961년 침팬지 ‘햄’을 로켓에 넣어 우주로 쏘아 올렸다. 지구로 무사히 돌아올 기술이 부족했던 이 시기에 세계 각국은 사람을 대신해 동물을 우주로 보내곤 했다. 여기에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최초로 우주를 비행한 고양이 ‘펠리세트’도 있다.
소련이 1957년 스푸트니크 2호에 라이카를 쏘아 올리자 경쟁심을 느낀 미국이 침팬지를 우주로 보내는 등 당시 국가 간 ‘우주 경쟁’은 치열했다. 이에 뒤질 수 없었던 프랑스 역시 동물을 우주로 보내는 실험을 진행했다. 프랑스 항공 우주국은 다른 나라가 보내지 않았던 동물인 고양이를 우주로 보내기로 결심했다.
고양이를 쏘아 올리기로 결정한 프랑스 항공우주국은 길고양이 14마리를 잡아들였다. 그러고는 ‘지옥훈련’을 시작했다. 당시 세계 과학자들은 무중력이 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고, 동물이 우주에서 살아남는다면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에 14마리의 고양이들은 인간 우주비행사들이 거치는 훈련처럼 고된 과정을 견뎌내야 했다.
원심분리기 안에서 적응하도록 몸만 들어가는 작은 특수 상자에 갇힌 고양이들은 그 안에서 수십 바퀴를 도는 훈련을 받았다. 우주의 강한 소음에 고통받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소음을 들어야 했다. 또 뇌에 전도체를 심어 신경 활동도 모니터링했다.
결과적으로 펠리세트가 이 임무를 위한 고양이로 채택됐지만, 가장 뛰어난 실력을 보였던 건 펠리세트가 아닌 수고양이 펠릭스였다는 루머도 있다. 임무 수행에 선택된 펠릭스가 출발 당일 달아나 펠리세트가 대신 비행하게 됐다는 소문인데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지어낸 이야기다. 당시 과학자들은 실험용 고양이와 정들까 두려워 이름을 짓지 않았고, 펠리세트라는 이름도 언론이 나중에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고된 훈련을 거쳐 차분한 성격을 지녔던 펠리세트가 임무에 발탁됐고, 이 고양이는1963년 10월18일 지구에서 156㎞가량 떨어진 대기권까지 15분간 비행에 성공했다. 무중력 상태에서도 5분간 비행했다.
비행에 성공한 펠리세트는 로켓에서 분리돼 낙하산을 타고 지구로 돌아왔다. 세계 최초로 우주로 갔다가 안전하게 지구로 돌아온 펠리세트에게 전 세계가 열광할 만 했으나, 별다른 관심을 끌진 못했다. 왜일까?
프랑스 항공우주국은 지구로 돌아온 펠리세트의 머리에 칩을 심고, 계속해서 연구를 진행했다. 우주여행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탐구하려던 과학자들은 지속되는 연구에 고양이의 상태가 악화되자, 지구로 돌아온 지 3개월 만에 그를 안락사시켰다. 펠리세트 이후로 우주에 간 고양이는 없었지만, 일찍 사망해 라이카나 햄만큼 기억되지 못했다.
펠리세트가 빠르게 잊힌 데에는 프랑스 항공우주국 자체의 한계도 있었다. 우주 역사 매체 ‘콜렉트 스페이스’의 에디터 로버트 펄맨은 올 초 매체 기즈모노에 “소련은 라이카를 쏘아 올린 뒤 1961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사람(유리 가가린)을 우주로 내보냈다”며 “침팬지 햄을 우주로 보냈던 미국도 그 후 1998년 존 글렌을 우주 왕복선에 승선시켰다”고 꼬집었다. 소련이 사람을 쏘아 올리고 2년 뒤 고양이를 내보냈으니, 주목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당시 우주 관련 기술이 부족했던 프랑스는 자국 로켓을 통해 사람을 우주로 쏘아 올리지도 못했다. 고양이를 보낸 뒤로도 프랑스 우주비행사들은 늘 소련이나 미국 로켓으로 비행을 했고, 이에 “펠리세트는 소련·미국의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더 큰 역사로의 발전을 일궈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죽은 펠리세트는 점점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50 여년이 흐른 최근 한 남성은 프랑스 파리에 펠리세트를 기리기 위한 동상을 세우겠다고 나섰다. 런던서 광고기획자로 일하는 매튜 서지 가이는 세계 최초로 우주 비행을 한 고양이, 펠리세트를 기리기 위해 동상을 만들겠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가이는 “6개월 전 회사 내 주방에서 발견한 행주가 시발점이었다”며 “고양이가 우주여행을 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행주였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행주에는 고양이의 이름이 적혀있지 않았고, 나중에 찾아본 펠리세트의 얼굴과는 전혀 다른 고양이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본 펠리세트의 이야기에 매혹됐다”는 가이는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전했다. 또 “해당 비행을 위해 14명의 길고양이들은 지옥 같은 훈련을 견뎌야 했고, 펠리세트가 희생당했다”며 “이 고양이가 잊혀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파리에 펠리세트 동상을 세우기로 마음먹은 가이는 “펠리세트뿐만 아니라 당시 연구에 참여했다가 로켓 폭발로 죽은 수많은 동물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