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 상담 왔는데… “미혼모라고요?” 소리친 공무원

입력 2017-12-06 10:30

예비 미혼모 A씨는 복지 지원을 문의하러 서울의 한 동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마음만 상하고 말았다. 담당 공무원이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리도록 “미혼모라고요?”라고 되물었기 때문이다.

또다른 예비 미혼모 B씨는 동주민센터 상담원에게 “아직 애도 안 낳았는데 어떻게 돕느냐, 애를 낳고 오라”는 얘기를 들었다. “아직 어린데”라며 부정적인 편견을 내비치는 사례도 있었다.

사회적 약자가 가장 먼저 접근하는 동주민센터에서도 미혼모에 대한 인권보호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예비 미혼모·부가 공개된 장소에서 상담을 받으며 부정적인 응대나 편견을 드러내는 발언을 듣는 경우가 많아 별도 상담공간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이같은 실태를 확인하고 지난 5일 박원순서울시장에게 미혼모·부 인권보호를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사항은 ▲동 주민센터 내 미혼모·부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사생활이 보장되는 상담공간 재정비 ▲미혼모·부 관련 안내서 정비 및 구비 ▲공무원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한 정기 교육 실시 등이다.

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혼모·부 지원기관을 찾아 당사자와 간담회를 열고 전문가·해당기관 공무원 등이 참석한 연석회의를 진행해 문제를 살펴왔다.

위원회는 “미혼모·부의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해 미혼모·부가 공적영역에서 처음으로 겪는 어려움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공개적인 장소에서 자신의 신상을 얘기해야 하는 상황은 미혼모·부 외에 경제적 곤란이나 장애로 도움을 청하러 온 약자와 소수자들에게도 문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원들이 일부 서울시 동 주민센터를 확인해본 결과 상담실이 없거나 있더라도 다른 용도로 쓰여 상담실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시 산하 한부모가족지원센터 지원정책이 담긴 안내서가 비치돼 있지 않았고 이마저 청소년이 아닌 예비미혼모·부의 임신과 출산 지원책은 빠진 점도 지적했다. 지원 안내서를 눈에 띄는 곳에 둬 출산양육 지원책의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게 위원회의 의견이다.

위원회는 “공무원들이 사회적 편견과 부족한 정보로 소수자나 약자 주민들을 대하게 되면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활동을 위축시켜 현실에서 큰 불이익을 겪게 할 수 있다”며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소수자 인권교육과 더불어 미혼모 지원 정보를 숙지시키는 직무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