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수명 82.4세 건강수명 64.9세… 17.5년 환자로 산다

입력 2017-12-06 07:51

한국인의 수명은 늘어나는 데, 정작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은 줄고 있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의 기대수명은 82.4세로 10년 전보다 3년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병에 시달리는 기간도 그만큼 늘었다. 여성은 4년 전보다 2.5년을 더 병마와 싸워야 한다. 고령화 속도를 건강 나이가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통계청은 5일 ‘2016년 생명표’를 발표하고 지난해 태어난 아이들의 기대수명이 전년 대비 0.3년 증가한 82.4년이라고 밝혔다. 신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연수가 기대수명이다. 한 해 동안 지방자치단체로 들어온 사망신고를 토대로 추정한 지표다. 기대수명은 2006년 78.8년에서 10년 사이 3.6년이 늘어났다.

여성의 기대수명(85.4년)이 남성(79.3년)보다 길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남성은 1.4년, 여성은 2.3년 더 살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여자의 경우 일본,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35개 OECD 국가 중 4위에 해당한다.

지난해 출생아의 남녀 간 기대수명 격차 6.1년은 전년 대비 0.1년, 10년 전 대비 0.6년 감소한 수치다. 남녀 기대수명 격차는 1970년 7.1년에서 1985년 8.6년까지 증가하다가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대수명이 늘어났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 지난해 출생아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대수명은 64.9년이었다. 전체 기대수명 중 17.5년은 병에 시달리는 것이다.

건강하지 못하게 사는 기간은 점점 늘고 있다. 남성의 유병기간은 14.6년, 여성은 20.2년으로 2012년 조사 때(남성 12.5년, 여성 17.7년)보다 길어졌다. 이에 따라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는 2012년과 비교해 남성은 0.3년, 여성은 1.3년 감소했다.

건강 나이를 깎아 먹는 최악의 질병으로 암이 꼽힌다. 지난해 출생아가 향후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2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심장 질환(11.8%), 뇌혈관 질환(8.8%), 폐렴(7.8%) 순이었다. 폐렴에 따른 사망 확률은 10년 전보다 5.2% 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런 질병이 없다는 상황을 가정하면 기대수명이 대폭 올라간다. 암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지난해 출생한 아이들의 기대수명은 3.9년이 더 늘어난다. 심장질환(1.5년)도 마찬가지다. 3대 사인으로 꼽히는 암과 심장, 뇌혈관 질환이 전혀 없다면 7.1년의 기대수명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한편 고령화 속도는 한층 빨라지고 있다. 올해 환갑을 맞은 이들은 평균 82∼87세까지 살 수 있을 것으로 추계됐다. 남성은 22.5년, 여성은 27.2년을 더 살 수 있는 셈이다.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남성과 여성 모두 2.9년 늘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