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력이 출격하는 주일미군 기지인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는 모두 7곳이다. 일본 본토에 요코스카·사세보 해군기지, 요코다 공군기지, 자마 육군기지 등 4곳이 있고 오키나와에는 가데나 공군기지와 화이트비치 해군기지, 후텐마 해병대기지 등 3곳이 있다. 한국 취재진은 미국 정부 초청으로 유엔사 후방기지 중 요코스카, 요코다, 후텐마 기지를 최근 차례로 방문했다.
유엔사 후방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F-15 등 전투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해병대 병력 등 미 전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출격하는 곳이다. 군 관계자는 5일 “일본에 주둔하는 항공기 등 미군 전력이 비무장지대(DMZ)까지 전개하는 데에는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며 “비상사태 발생 당일 최전방까지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 전력 투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을 발사한 지난달 29일 취재진이 찾아간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예상 밖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미 해군 관계자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작전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 후방기지에 주둔하는 미군 전력을 빠른 시간 내 한반도로 전개하는 대비태세를 갖췄다”고만 설명했다.
요코스카 해군기지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 등 막강한 전력을 갖춘 미 7함대와 해상자위대가 함께 사용하는 일본 최대 해군기지다. 이날 로널드레이건호는 작전구역 순찰 임무 수행을 위해 기지를 떠난 상태였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커티스윌버호와 챈슬러스빌호 등 7함대 주요 전력이 부두에서 출동대기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일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구축함 피츠제럴드호도 이곳에서 수리 중이었다. 미 해군 장병과 정비사 등은 요코스카 기지 부두에 정박해 있는 함정을 드나들며 분주히 움직였다.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 있는 후텐마 해병대기지에는 미 해병대 항공 전력이 주둔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이곳에 있는 주일 제3해병기동군 전력이 가장 먼저 출동한다. 이 기지에선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MV-22 ‘오스프리’, 수송헬기 CH-53E ‘슈퍼스텔리언’, 코브라 헬기 등이 눈에 띄었다. 도쿄도 훗사에 있는 요코다 공군기지 활주로에는 무장 병력 130여명을 태울 수 있는 C-130J ‘슈퍼허큘리스’ 수송기 여러 대가 대기 중이었다.
주일미군 기지의 군 관계자들과 달리 일본 현지인들은 북한 도발에 대한 불안감을 비교적 직설적으로 털어놨다. 요코스카 기지에서 자동차로 1시간30여분 걸리는 도쿄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북한이 일본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겠지만 미사일이 실수로 일본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낀다”고 했다.
일본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북압박 국면 이후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 정책연구대학원대(GRIPS) 교수는 한국 취재진을 만나 “지금 상황은 북한과 미국 한국 일본 등이 어느 쪽이 먼저 손을 들 것인지 전쟁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곧바로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중국을 통해 북한에 압력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더라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며 “북한의 의도를 정확히 읽을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대화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요코다·요코스카·오키나와=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