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취재결과 교수 자녀들이 참여했던 논문은 SCI 15편, 이보다 한 단계 낮은 SCIE 논문이 8편이다. 나머지 한편은 일본의 국제 정보 학회 학술지에 발표됐다. 이 역시 국제적으로 영향력을 인정받는 학술지로 알려졌다.
10명 중 9명은 고교시절 적어도 한 편 이상씩 SCI 학술지에 실린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나머지 1명은 SCIE 학술지에만 이름을 올렸는데 1학년 때 2편, 2·3학년 때 각 1편씩 모두 4편의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 D교수의 아들은 서울과학고 3학년 재학 때 SCI 논문 2편에 이름을 올렸고 졸업 전 제출된 SCIE 논문 1편에도 참여했다.
고교 시절 4편의 논문에 이름을 올린 학생은 2명이나 됐다. 1명은 3편의 논문에, 6명은 2편의 논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 명만 SCI급 논문 한 편에 이름을 올렸다. 평균으로 따지면 고등학교 재학 당시 1년 평균 0.8편 꼴이지만 사실상 1년에 1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셈이다.
교수 자녀들의 논문 참여 실적은 주요 대학 교수들에 비해서도 평균 이상에 해당한다. 대학알리미 사이트가 올해 공시한 대학 전임교수의 SCI·스코퍼스(Scopus)급 논문실적은 전국 평균이 0.36편에 불과하다. 서울 지역 대학의 경우 평균은 0.53편밖에 되지 않는다. 연구 실적이 높은 의대의 경우 최상위권인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가 전임교원 1인당 각각 1.57편, 1.33편, 1.04편 수준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대학들은 모두 전임교원 1인당 SCI급 논문 실적이 1편 미만이다.
한호성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학문의 세부적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SCI 논문을 쓰려면 수년 동안 계획을 짜고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많아지면서 SCI 등재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알리미 사이트는 논문 한 편에 참여한 저자의 수가 여러 명일 경우 저자의 수와 주저자·교신저자 여부를 고려해 점수를 매겼다. 같은 방식으로 교수 자녀들의 연구실적 점수를 계산하면 광주과학기술원(GIST) E교수 아들은 고등학교 재학 기간 동안 0.65편의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대 D교수의 아들은 0.55편, 전남대 H교수의 딸은 0.39편이다. 한 분야에서 많게는 수십년 간 연구한 교수들의 실적과 비교해 봐도 뒤처지지 않는 기록이다.
김우재 오타와대 의대 교수는 “부모가 자식 이름을 마지막 순서에 그냥 끼워 넣는 식이 가장 많았는데 이 경우 양적인 실적은 뛰어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친한 친구 교수의 논문에 자식 이름을 넣는 경우 발각될 가능성도 낮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도 “SCI에 등재가 됐다고 하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은 된다는 것”이라며 “중·고등학생이 이런 데 논문을 주저자로 발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실제로 연구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했을 때 이런 실적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석사과정 학생을 지도할 때 실험 방식부터 그래프 축까지 하나하나 다 지도를 한다. 학술지에 발표할 수 있는 논문을 쓴다는 게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며 “방학 때 연구실에서 실험에 참여한 정도로 SCI급 논문 실적을 올렸다면 그건 천재적인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교수가 한해에 주저자로 SCI 논문을 한 편만 써도 정말 잘하는 편에 속한다”며 “학자로서 이번 논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북대의 한 교수는 “자녀가 진짜 실력이 있다면 굳이 부모 연구실에서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며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이재연 손재호 기자 jaylee@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