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올해의 인물’ 후보 10명을 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들 가운데 최종 선정된 올해의 인물은 6일 발표된다. 미국 잡지가 미국인의 시각에서 선정한 명단이지만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2017년 세계를 뒤흔든 다양한 이슈와 사건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선 정치인이 4명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로 끊임없이 말폭탄과 협박을 주고받은 사이라 함께 거론될 수밖에 없다. ‘리틀 로켓맨’(트럼프 대통령이 붙인 별명) 김 위원장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차례 발사함으로써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핵전쟁의 공포를 심어줬다.
지난해 당선인 신분으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던 트럼프 대통령은 2연패를 노린다. 타임은 “건강보험부터 이민정책, 환경규제, 세제개혁에 이르기까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을 깨부수는 데 취임 첫해를 보냈다. 여과되지 않은 트윗으로 불화와 논란을 계속 일으켰다”고 혹평했다.
지난 10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의 위상을 넘어 덩샤오핑과 마오쩌둥 반열의 절대 권력을 거머쥐었다.
서른두 살의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하마드 빈살만은 왕실과 재계 유력 인사들을 대거 숙청하는 사우디판 ‘왕자의 난’으로 중동을 뒤흔들었다. 여성 운전 허용을 비롯한 일련의 ‘온건 이슬람’ 개혁 조치도 큰 관심을 모았다.
나머지 후보는 다양한 영역의 인물과 집단, 사회운동이다. ‘러시아 유착 스캔들’ 수사 칼끝을 조금씩 트럼프 대통령 쪽으로 옮기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제프 베조스 아마존(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창업자가 각각 후보에 올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원더우먼’으로 여성 감독 흥행 기록을 새로 쓴 패티 젠킨스, 미국프로풋볼(NFL)계에 ‘무릎 꿇기’ 시위를 퍼뜨린 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도 명단에 포함됐다.
후보에 오른 집단은 ‘드리머스(Dreamers)’, 사회운동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다. 미국 다카 프로그램(불법체류청년 추방 유예)의 수혜자를 가리키는 드리머스는 트럼프 정부의 다카 폐지로 앞날이 불확실해졌다. 드리머스 구제 법안을 놓고 여야가 아직 힘겨루기 중이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계기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SNS에 올리는 미투 캠페인이 시작됐고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를 통해 각계각층 남성 명사들의 성추문이 폭로됐고, 직장 내 여성 처우에 관한 경각심도 높아졌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