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마무리하자마자 선거구제 개편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고 있다. 예산안 처리에 협조해준 만큼 이번엔 민주당이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예산안 합의를 발판으로 이제 다당제의 제도적 정착을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예산안 협상 타결 전 국민의당과 ‘선거제도 개편 추진’에 합의한 만큼, 이제는 말 대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날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합의한 3가지 사안에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공동의 노력하자”는 문구가 가장 먼저 언급돼 있다. 두 당이 예산안 처리와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각자의 이익을 주고받았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다당제 정착을 외쳐 온 국민의당으로선 현행 소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당의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지역구별로 의원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에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을 제외한 소수 정당이 의석을 얻기 어렵다. 대신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면 소수당의 의석 배분이 늘어날 수 있어 원내 3당인 국민의당 존립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소선거구제만 바꿀 수 있으면 중대선거구제도 받을 수 있다”며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선거구제 개편 문제는 민주당이 위기의 순간마다 국민의당에 꺼내드는 유용한 카드가 됐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9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처리가 어려울 때도 선거구제 이슈를 거론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동의안 가결을 대가로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선거구제 개편’을 보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및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시행 로드맵에 따라 국회 헌법개정특위 및 정치개혁특위가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국회에선 선거구제 개편 논의도 함께 진행될 전망이다.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