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이 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긴박했던 응급수술 영상을 공개했다. ‘북한군 병사: 의사는 이 병사를 깨진 항아리 같았다고 말했다’는 제목의 영상을 CNN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했다.
영상은 지난달 13일 5곳 이상의 총상을 입으며 귀순한 병사가 헬기로 이송돼 병원에 도착하고 수술대에 올라 응급수술을 받는 장면 등을 편집한 것이다. 분량은 1분47초다. 영상엔 이송 직후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과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가 장기에서 거대한 기생충을 직접 제거하는 장면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CNN은 그의 이름을 ‘오청송’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오씨 상태에 대해 “깨진 항아리 같았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충분히 수혈할 수가 없었다”며 “그가 살아난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또 “병사가 깨어난 뒤 ‘진짜 남한이냐’고 묻기에 ‘태극기를 한 번 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오씨 병실에도 심리적 안정을 위해 태극기를 걸어놓았다고 했다.
의료진은 수술 후 오씨의 빠른 회복 속도에 놀랐다. 오씨는 악몽에 시달리며 여전히 북한에 있는 것처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의료진은 오씨에게 걸그룹 소녀시대 노래 등 가요를 들려주고 TV도 켜줬다. 귀순 병사가 처음 본 영화는 ‘트랜스포터3’였다. 오씨는 법학을 공부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오씨는 혼자서 걷고 말하고 두부나 계란찜 등 반찬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돼 지난달 24일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당분간 B형 간염 치료를 위해 군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귀순 병사가 충분한 휴식을 취한 다음 귀순 동기 등을 조사하는 정부 합동신문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다른 탈북자와 달리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각별한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탈북자는 하나원 입소를 면제하고 있다. 1억원에 달하는 오씨 치료비는 국정원이 전액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택 기자